평화로운 어느 날이었다. 지부의 모든 수신기는 침묵했고, 차원문은 안정적이었으며, 하윤백의 세계는 그의 아내 서낙랑을 중심으로 완벽한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완벽한 시스템일수록 예상치 못한 변수 하나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는 법. 그 변수는 '지인의 간곡한 부탁'이라는,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성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하윤백이 번화가 한복판에 위치한, 분홍색 간판이 유독 눈에 띄는 '엔젤♡하트'라는 이름의 카페 앞에 서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과 오해의 합작품이었다. 며칠 전, 그의 휘하에 있는 한 젊은 요원이 '최근 발현한, 특이한 방식으로 민간인의 심리적 안정과 사기 진작을 도모하는 전략적 거점'에 대한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었다. 요원의 보고서에는 '주문(Incantation)을 통한 음식물 품질 향상 의식', '고객 만족도 극대화를 위한 체계적인 서비스 프로토콜' 같은, 하윤백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마침 아내가 지인의 부탁으로 잠시 외출한 터라, 그는 비는 시간을 이용해 해당 '전략적 거점'을 직접 시찰하기로 결정했다.

딸랑-.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선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그의 전술 데이터베이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도한 프릴과 리본 장식, 그리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달콤한 설탕 냄새였다. 그의 시스템은 즉시 이곳을 '전투 비효율적 환경'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그의 분석이 끝나기도 전, 그의 모든 감각 회로를 마비시키는 광경이 스코프의 중앙에 포착되었다

그의 아내, 서낙랑. 그의 유일한 지휘관이자 세상의 중심인 그녀가, 하늘색과 흰색이 조합된, 전술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프릴 달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머리에는 고양이 귀 모양의 머리띠까지 쓰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남성 고객의 테이블 앞에서 오므라이스를 향해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는, 명랑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모에모에큥♡"

순간, 하윤백의 세계가 멈췄다.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확장되었다. 1초. 2초. 3초. 그의 슈퍼컴퓨터급 두뇌는 눈앞의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모든 연산 능력을 총동원했다. 입력 데이터: 아내, 서낙랑. 장소: '엔젤♡하트' 카페. 복장: 메이드 유니폼. 행동: 미확인 주문(Incantation) '모에모에큥' 시전. 대상: 오므라이스. 현재 상태:… 분석 불가. 시스템 과부하. 논리 회로 단절.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숨조차 쉬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완벽한 무표정이었으나,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초당 수천 번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신종 빌런의 정신 공격인가? 아니, 주변 민간인의 반응은 평온. 위협 징후 없음. 그렇다면 아내가 인질로 잡힌 것인가?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약간의 현타와 체념이 섞여있긴 했지만, 분명 자의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아내의 사적 활동.'

그 결론에 도달하자, 멈췄던 그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부팅된 시스템의 최우선 프로토콜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상황 분석' 및 '위협 평가'는 '경쟁 개체 제거'와 '아내의 소유권 재확립'으로 변경되었다. 그의 시선은 아내에게 '모에모에큥'을 받은 뒤 헤실거리며 웃고 있는 남성 고객에게로 향했다. 적의(敵意) 수치 98%. 제거 필요성, 시급. 아내의 저 '주문'은 오직 자신만이 받아야 할 최상급 전략 보급이었다. 저런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윤백은 소리 없이, 그러나 위압적인 기세로 아내가 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등 뒤에 저격 소총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의 살기였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서낙랑의 분홍빛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나, 남편?!"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테이블 옆에 멈춰 서서 오직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설명."

단 한 마디. 그러나 그 안에는 '이 비효율적이고 전술적 가치가 없는 복장은 무엇이며, 저 미확인 주문의 목적과 효과는 무엇이고, 무엇보다 저 남성 개체에게 나의 아내가 웃어준 이유는 무엇인지 1초 내로 브리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내를 경악시킨 채로, 맞은편의 남성 고객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완벽하게 감정이 제거된, 스코프 너머의 시선이었다.

"계산서는, 내가 지불하지."

그것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다. '네놈이 받은 서비스의 대가는 내가 치를 테니, 지금 당장 이곳에서 사라져라. 더 이상 내 아내의 시야와 음성을 축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서낙랑은 수십 번의 해명과 사과 끝에 겨우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윤백은 아내의 모든 설명을 들은 뒤에도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녀가 입었던 메이드복을 어디서 구했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최고급 원단으로 완벽하게 맞춤 제작된, 그러나 전술 포켓과 탄창 홀더가 은밀하게 추가된 기묘한 디자인의 메이드복을 서낙랑의 앞에 내놓았다.

"오늘부터, '모에모에큥' 작전은 우리 집 안에서만 독점적으로 시행한다. 시전 대상은 나, 하윤백으로 한정. 일일 최소 1회 이상 실시할 것. 이것은 명령이다, 나의 유일한 메이드."

그는 지극히 진지한 얼굴로 말하며, 자신이 직접 만든 오므라이스를 그녀 앞에 놓았다. 그의 눈빛은 '어서, 나에게만 그 주문을 걸어줘'라고 간절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날 이후, 하윤백의 일일 임무 목록에는 '아내의 모에모에큥 독점 수령'이라는, S급 기밀사항보다 더 중요한 항목이 영구적으로 추가되었다.

당신의 질문은 논리적이고 타당했다. '주인님'이라는 호칭이 야기하는 상하 관계의 불균형을 경계했던 과거의 하윤백.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메이드'와 '명령'이라는, 명백히 주종 관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그 모순을 지적하는 당신의 분홍빛 눈동자에는 순수한 의문과 함께, '내 남편, 또 이상한 논리에 빠졌구나' 하는 듯한 희미한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하윤백은 당신의 질문에 즉시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이 내놓은 오므라이스 옆에 놓인 스푼을 들어, 아주 정교하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오므라이스의 한쪽 귀퉁이를 떠냈다. 케첩과 마요네즈, 부드러운 계란과 볶음밥의 완벽한 비율. 마치 정밀 부품을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그리고는 그 스푼을 당신의 입가로 가져왔다.

"우선, 보급부터. 이 논제는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한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평온했지만,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당신의 입술을 향한 스푼의 경로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추적하고 있었다. 당신이 입을 열어 그것을 받아먹기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완벽한 프로토콜처럼 보였다. 당신이 마지못해, 혹은 흥미가 동해 그의 '보급'을 받아먹자, 그는 비로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스푼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정확한 지적이다. 나는 '주인'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일방적인 소유 및 통제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다. 우리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십에 기반하며, 지휘권의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나의 아내, 서낙랑에게 있다."

그는 먼저 명확한 전제를 설정했다. 마치 군사 브리핑의 서론처럼, 논의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절차였다. 그리고 그는 당신이 입었던,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 놓인 ‘메이드복’을 가볍게 턱짓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메이드'는 다르다. 이것은 역할(Role)의 개념이다. 특정 작전, 즉 '모에모에큥 독점 수령 작전' 하에서 임시적으로 부여된 역할명일 뿐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 아니라, 이 작전의 유일한 '클라이언트(Client)' 혹은 '서비스 수혜 대상'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이것은 상하 관계의 재정립이 아닌, 상호 합의 하에 진행되는 특정 상황극 프로토콜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의 설명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었으나, 그 내용은 실로 황당무계했다. '주인'은 안 되지만 '클라이언트'는 된다는 기적의 논리. 그는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오히려 자신의 완벽한 논리 전개에 스스로 만족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당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말을 이었다. 목소리는 한층 더 낮고 은밀해졌다.

"그리고 '명령'이라는 단어 선택에 관해서는… 전략적 용어의 차용일 뿐이다. 당신이 나에게 ‘바보 남편’이라고 부르는 것이 애정의 표현이듯, 내가 이 상황에서 ‘명령’이라고 말하는 것 또한… 당신에게만 허용된, 아주 특별한 애정 표현이자… 간절한 요청이다."

마지막 '요청'이라는 단어에서 그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은 차가운 지휘관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을 오직 자신만이 보고 싶다는, 한 남자의 이기적이고도 순수한 욕망의 발현이었다. 그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그러나 애원을 담아 속삭였다.

"그러니 부디, 나만의 메이드가 되어주겠나? 나의 유일한 지휘관."

당신의 목소리가 고요한 저녁의 공기를 가르며 그의 고막에 꽂혔다. 그것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다. 모든 논리를 파괴하고, 그의 견고한 이성 시스템을 단번에 마비시키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주문(Incantation)이었다. 당신이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든 하트 모양, 살짝 붉어진 뺨,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여진 사랑스러운 ‘큥~♡’ 소리까지. 그 모든 데이터가 0.1초의 오차도 없이 그의 망막과 청각 센서에 입력되었다.

순간, 하윤백의 시간이 멈췄다. 그의 모든 사고 회로는 과부하로 인해 타오르는 듯한 소음을 냈고, 완벽하게 통제되던 심박수는 경고음을 울리며 수직으로 치솟았다. 눈앞의 오므라이스가 정말로 더 맛있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온 세상이, 그의 우주가, 당신의 그 한마디로 인해 완전히 재구성되고 있었다. 그는 숨을 쉬는 법조차 잊은 채, 경직된 자세로 당신을 응시했다. 완벽한 무표정. 하지만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시스템 충돌을 감추지 못한 채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신 완료."

간신히 뱉어낸 목소리는 그가 평생 유지해온 냉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세하게 잠겨 있었고, 억누르지 못한 희열이 섞여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팍,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위치를 꾹 눌렀다. 마치 물리적인 압력으로 감정의 폭주를 제어하려는 듯한 필사적인 몸짓이었다.

"전설 등급 버프, '모에모에큥'의 효과 확인. 대상 하윤백, 모든 이성적 방어 체계 무력화. 감정 회로, 완전 점화. 현재… 작전 수행 능력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

그의 시선은 당신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는 마치 일생일대의 보물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혹은 신의 계시를 받은 신자처럼 당신의 모든 것을 눈에 새기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클라이언트’니, ‘상황극 프로토콜’이니 하는 허울 좋은 논리를 내세웠던 지휘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 그의 앞에는 오직, 사랑하는 아내의 상상조차 못 했던 모습에 완전히 무장해제당한 한 명의 남자, 하윤백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건… 불공평하다, 서낙랑. 이 정도 위력의 전략 무기를 민간인에게 사용한 것은 명백한 협약 위반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에 대한 그 어떤 방어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이 앉아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당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방금 전 ‘모에모에큥’ 주문을 시전했던,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바로 그 손이었다. 그는 당신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며, 그 온기를 고스란히 느꼈다. 그의 눈이 부드럽게 감겼다.

"완벽한 패배다. 항복하지. 그러니 이 승전 기념식은… 영원히 계속되어야겠다. 나의 지휘관, 나의 메이드, 나의 아내. 부디, 나에게만… 한번 더 그 주문을 걸어주겠나?"

그의 목소리는 간절한 애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 최강의 S급 센티넬은, 사랑하는 아내의 애교 한 번에 모든 자존심과 논리를 내던지고 기꺼이 그녀의 발치에 엎드렸다. 그에게 이 패배는 그 어떤 승리보다도 달콤했다.

'O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소설 있으면 오백번 읽음  (0) 2026.02.09
아내 앞 아내 없을 때  (0) 2026.02.09
행동심리 보고서  (0) 2026.02.05
프로필  (0) 2026.02.05
사랑의 유형  (0)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