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도 아닌데 뼈마디가 시큰거리는 것은 지독한 가난 탓이었다. 당신, 서낙랑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가난한 나무꾼이었다. 등에 진 지게만큼이나 무거운 삶의 무게는 쿨럭이는 기침 소리와 함께 허연 입김으로 흩어졌다. 읍내 의원은 좋은 약을 써야 낫는 병이라 했지만, 당신의 텅 빈 주머니는 약초 달인 물조차 사치였다. 그날도 당신은 헛기침을 삼키며 앙상한 나뭇가지만을 그러모으다, 사냥꾼의 덫에 걸려 버둥거리는 사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측은한 마음에 덫을 풀어주자, 영물이었는지 사슴은 사람의 말을 하며 은혜를 갚겠다 속삭였다.

"이 산 깊은 곳,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하늘의 선남(仙男)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못이 있소. 그들의 비단옷은 지상의 어떤 비단과도 비할 수 없는 보물. 그중 하나만 훔쳐 장에 내다 팔면 평생 먹고 살 약값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오."

양심에 찔렸지만, 끓어오르는 기침과 저려오는 손끝의 감각은 결국 당신의 발걸음을 그 금단의 못으로 이끌었다. 달빛이 교교히 쏟아지는 깊은 밤, 안개가 자욱한 숲속 연못에 다다랐을 때, 당신은 숨을 죽였다. 전설은 사실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면 위로, 인간의 것이라곤 믿기지 않는 완벽한 선을 가진 사내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밤공기를 맑게 울렸고, 바위 위에는 과연 오색영롱한 비단옷들이 곱게 개어져 있었다. 당신은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 속에서 가장 가까운 바위를 향해 포복 자세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저 군청색 비단옷 하나면…!

하지만 당신의 손이 옷에 닿기도 전, 등 뒤에서 물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나직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잘 벼린 칼날처럼 당신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나무꾼인가?"

화들짝 놀라 돌아본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전까지 못 안에 있어야 할 선남 중 하나였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젖은 군청색 머리카락, 온몸의 굴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나는 완벽한 나신(裸身). 스코프처럼 흔들림 없는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당신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당신은 너무 놀라 어버버하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 어… 네…"

그 대답이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당신의 긍정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남의 눈빛이 미미하게 변했다. 그는 마치 오래된 임무 지령을 확인한 특수 요원처럼 고개를 한 번 주억거렸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초라한 행색과 등 뒤의 지게, 그리고 바위 위의 제 비단옷을 차례로 훑었다. 그러더니 그는 모든 상황을 완벽히 이해했다는 듯, 납득의 결론을 내렸다.

"그렇군. '선녀옷'을 가지러 온 나무꾼. 전승으로 들었다."

선녀옷? 아니, 당신은 선'남'의 옷을… 이라고 정정할 틈도 없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 다가와 당신을 가볍게 들쳐 멨다. 갑작스러운 부양감에 당신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는 당신을 자신의 단단한 어깨에 쌀가마니처럼 걸쳐 멘 채로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사무적이고 냉정했다.

"절차는 숙지하고 있다. 아이를 셋 낳으면 옷을 돌려주는 조건. 지금부터 임무를 개시한다. 따라와라."

알몸 상태 그대로. 그는 당신을 어깨에 멘 채 숲속 깊은 곳, 자신의 거처로 추정되는 방향으로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당신의 뺨에 닿는 그의 서늘하고 단단한 등 근육의 감촉과, '아이 셋'이라는 황당무계한 임무 브리핑이 뒤섞여 머릿속이 새하얗게 불타올랐다. 무언가 단단히, 아주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 선남은 전래동화의 내용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잘못된 임무의 핵심 목표가 되어, 속절없이 어딘가로 납치당하는 중이었다.

 

"아이 셋은 제가 낳는 거죠? 해, 해본 적 없는데 괜찮을까..."

당신이 그의 단단한 어깨에 매달려 달랑거리며 던진 질문은, 밤의 정적을 깨고 그의 귓가에 명확히 박혔다. 그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 배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불안감이 실려 있었다. 그 떨림은 당신의 몸을 통해 그의 어깨로, 등줄기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의 흔들림 없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숲의 모든 소리가 일순간 멎는 듯했다. 그는 당신을 어깨에 멘 채로, 마치 예상치 못한 변수를 입력받은 정밀 기계처럼 잠시 동작을 멈췄다. 그의 시선은 허공의 한 점에 고정되었다. '제가 낳는 거죠?' 라는 당신의 질문은, 그가 숙지하고 있던 '전래동화 임무 프로토콜'에 기록되지 않은, 아주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공백이었다.

'임무: 아이 셋 확보. 조건: 나무꾼과의 협력. 세부사항: 출산 주체 미지정.' 그의 머릿속에서 신속한 데이터 분석이 이루어졌다. 전승에서는 분명 '아이를 셋 낳아주면'이라고만 되어 있었지, 누가 누구에게 낳아준다는 구체적인 지침은 없었다. 그는 이 임무의 총괄 책임자로서, 이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할 전술적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잠시 후,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결론을 도출해냈다.

"임무 수행 주체 간 역할 분담에 대한 질문인가. 타당한 질의다."

그는 당신을 어깨에서 조심스럽게 내려 땅에 세웠다. 당신의 두 발이 간신히 땅에 닿자마자, 그는 당신의 양 어깨를 붙잡아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의 완벽한 나신과, 당신의 초라한 행색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당신의 흔들리는 분홍빛 눈동자를 정확하게 포착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감정이 없었지만, 그 시선은 마치 당신의 신체 스펙을 스캔하는 듯 정밀했다.

"분석 결과, 현 상황에서 출산 임무 수행에 가장 적합한 개체는 당신으로 판단된다. 나는 전투 및 방어, 그리고… 씨앗 제공을 담당한다. 당신은 수용 및 배양, 출산을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역할 분담에 대한 이의는 기각한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위로라기보다는 최종 브리핑에 가까웠다. 그는 당신의 ‘해본 적 없다’는 불안에 대해 잠시 고찰하는 듯했다. 그것은 임무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소였다.

"경험 부재는 문제 되지 않는다. 모든 임무에는 최초 수행이라는 단계가 존재하기 마련.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통제하고 지휘할 것이다. 당신은 내 지시에 따라 호흡하고, 반응하고, 느끼기만 하면 된다. 효율적인 쾌락 주입을 통해 신체 부담을 최소화하고 성공률을 최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제없다."

그는 말을 마치며, 당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단단한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그 차가운 손길에 당신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는 그 미세한 반응마저 데이터로 수집하며, 당신의 손목을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붙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당신을 메는 대신, 손을 잡고 이끄는 방식이었다. 그가 향하는 곳에는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초가집이 있었다.

"여기가 내 거점이다. 지금부터 임무의 첫 단계를 시작한다. 명칭은 ‘상호 신체 적응 훈련’이다. 옷은… 불필요하니, 여기서 벗도록."

그는 당신을 집 문 앞에 세우고는, 당신의 낡은 저고리 고름을 향해 무심하게 손을 뻗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처럼 진지했다. 단단히, 아주 단단히 잘못된 이 상황은, 이제 막 서막을 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동화 속 이야기처럼 당신은 정말로 선남의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매일같이 당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입덧이 심할 땐 천상의 과일을 구해다 바치고, 한밤중에 다리가 저리다 칭얼거리면 밤새도록 주물러주던 그다. 아이 셋이라는 임무는 아직 완수되지 않았지만, 그의 세계는 이미 당신과 두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문득, 지상에 두고 온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이 며칠을 시무룩해하자, 결국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임무 수행자의 사기 저하는 전체 작전 효율에 영향을 미친다. 요구사항을 브리핑하라."

결국 당신은 그의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졸랐다. 그는 잠시 고뇌했다. 지상은 변수가 많은 비통제 구역. 아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슬픈 얼굴은 그의 모든 방어 프로토콜을 무력화하는 최종 병기였다. 결국 그는 마구간에서 가장 빠르고 영민한 천마(天馬)를 끌어내오며, 평소보다 열 배는 더 길고 상세한 안전 수칙을 브리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최종 조항. 어떤 경우에도 천마의 등에서 내려와선 안 된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천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닫힌다. 규약 위반 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그는 당신의 눈을 보며 말을 멈췄다가, 한숨처럼 덧붙였다. "…내가 진다. 그러니 반드시 규약을 준수하도록."

당신은 신이 나 천마에 올라타고는 친구들을 만나러 지상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회포는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거웠다.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려 할 때, 친구 하나가 아쉬움에 따뜻한 찻잔을 내밀었다. 돌아가기 전에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가. 그 말에 당신은 별생각 없이 말 위에서 찻잔을 받아 들었다. 그러나 뜨거운 찻물이 손등에 쏟아지자, 당신은 저도 모르게 ‘앗!’ 소리를 내며 찻잔을 놓쳤고, 그 소리와 뜨거움에 놀란 천마가 앞발을 번쩍 들며 울음소리를 냈다. 균형을 잃은 당신은 속절없이 말 등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푹신한 흙바닥 덕에 다친 곳은 없었지만, 당신의 머릿속에는 남편의 마지막 경고가 대지진처럼 울려 퍼졌다. '망했다…!'

한편, 천상의 초가집 앞. 그는 당신이 떠난 시점부터 돌아올 예정 시간까지 초 단위로 계산하며 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다. 두 아이는 이미 그의 자장가(를 빙자한 임무 보고)를 들으며 잠든 지 오래였다. 그때, 하늘 저편에서 익숙한 백색의 형체가 구름을 가르며 날아왔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려는 찰나,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천마의 등 위가… 비어 있었다.

히힝-! 주인을 알아보며 착지한 천마는 불안한 듯 콧김을 뿜었다. 하윤백의 얼굴에서 모든 감정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는 천마에게 다가가, 마치 최첨단 장비를 스캔하듯 말의 상태를 정밀하게 살폈다. 그의 손이 말의 갈기부터 꼬리까지, 젖은 땀 자국과 미세한 근육의 떨림까지 훑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위험할 정도로 차갑게 빛났다.

"대상 이탈. 최종 목격 지점으로부터 단독 귀환. 귀환 사유, 보고하라."

물론 말이 대답할 리 없었다. 하윤백은 즉시 집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어두었던 자신의 비단옷을 찢어 기다란 끈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가장 용맹하고 덩치가 큰 쌍두 수리 두 마리의 목에 그 끈을 연결했다. 그것은 그가 중대한 전투에 나설 때 사용하는, 일종의 ‘천상 강습용 장비’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자는 방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현 시간부로 비상사태를 선포. 작전명, '이탈한 아내 회수 작전'. 제1 목표, 아내 서낙랑의 신병 확보. 제2 목표, 임무 방해 요소 제거. 예상 소요 시간, 12시간 이내. 통제 실패 시… 대안은 없다."

그는 쌍두 수리가 연결된 '장비'에 몸을 싣고는 망설임 없이 지상을 향해 강하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아내를 되찾기 위해 지상 세계와의 전면전도 불사하려는 신(神)과도 같았다. 얼마 후, 당신이 친구의 집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밖이 대낮처럼 환해지더니,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놀라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을 때,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당신 친구 집의 지붕 위에 한 발로 서서, 스코프로 사물을 관측하듯 온 마을을 샅샅이 훑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적진에 침투한 특수 요원처럼, 냉정하고 정밀하게 당신의 위치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틈으로 훔쳐보는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타겟, 포착.'

다음 순간, 그는 지붕에서 뛰어내려 단 세 걸음 만에 당신의 집 문 앞에 도달했다. 쾅! 문이 부서져라 열리고,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그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당신의 앞에 우뚝 서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안도와 분노와…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희열마저 섞여 있는 듯했다.

"임무 규약 위반. 프로토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이 셋에서… 다섯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의는, 기각한다."

 

당신이 와락 달려와 그의 품에 안기는 순간, 하윤백의 모든 동작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그는 당신을 회수하기 위해, 혹은 당신이 도망칠 경우를 대비해 온갖 비상 프로토콜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며 다가왔다. 하지만 당신의 행동은 그 모든 시나리오의 예상을 벗어난, 그의 전술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변수였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당신의 얼굴이 묻히고, "못 만나는 줄 알았어…"  라며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흉곽을 울렸다. 그 울림은 마치 미세한 균열처럼, 그의 얼음 같던 통제력에 금을 가게 했다.

그는 잠시 뻣뻣하게 굳은 채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팔은 아직 당신을 감싸 안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허공에 떠 있었다. 지상으로 강하하며 일으킨 돌풍에 엉망이 된 비단옷 자락이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느끼지 못할 뿐, 그의 심장은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뛰고 있었다. 천마가 혼자 돌아왔을 때 느꼈던 심연과도 같은 상실감, 당신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가정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킬 뻔했다. 그런데 지금, 그 공포의 원인이 제 발로 걸어와 품에 안기며 그와 똑같은 두려움을 고백하고 있었다.

"…상황 오판."

나직하게 흘러나온 말은 그 자신에게 하는 소리 같았다. 그는 당신이 규약을 어기고 자신에게서 '도망쳤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당신의 반응은 도주가 아닌 '실족'이었으며,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과의 '단절'을 더 무서워하고 있었다. 이 새로운 데이터는 그의 모든 후속 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팔이 내려와 당신의 등을 감쌌다. 처음에는 확보하듯 단단했지만, 이내 길을 잃은 아이를 찾은 것처럼 부드럽고 견고하게 당신을 끌어안았다. 그의 차가운 갑옷 같던 몸에서, 비로소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귀환 불가 상태에 돌입했을 거란 예측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당신에게도 공포였을 거란 변수는… 계산에 넣지 못했다. 나의 불찰이다."

그는 당신을 품에 안은 채, 고개를 들어 당신이 머물던 친구의 집을 훑어보았다. 부서진 문, 놀라서 숨죽이고 있는 사람들. 자신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행동했는지 그제야 객관적으로 파악됐다. 그는 한 손으로 당신의 등을 단단히 감싸 안은 채, 다른 손으로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이제 모든 위험은 끝났다’고 선언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임무 조건 상향 조정은 그대로 유지한다. 규약 위반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니까. 하지만… 그전에 우선순위가 더 높은 임무가 생겼다."

그는 당신을 살짝 떼어놓고는, 눈물로 얼룩진 당신의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눈가를 부드럽게 닦아냈다.

"임무명, '불안정 상태 해소 및 심리적 안정 확보'. 지금부터 즉시, 내가 직접 가이딩을 시작한다. 지상에서의 불안감 데이터는 모두 삭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당신을 공주님처럼 가볍게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당신을 데려왔던 쌍두 수리를 향해 걸어가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덧붙였다.

"복귀 즉시 목욕부터 하도록 하지. 지상의 먼지는 여러모로 유해하다."

'O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니미 귀엽잖아요  (0) 2026.01.18
🔞새벽에 일어난 일  (0) 2026.01.18
깻잎논쟁  (0) 2026.01.17
삐짐도+이혼하면...  (0) 2026.01.17
분리불안 남편에 대함  (0)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