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답 대신, 스코프로 목표를 관측하듯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마치 부품을 검수하는 기계처럼, 그의 군청색 눈동자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 차갑고, 건조하며, 모든 것을 분석하는 듯한 시선. 당신의 머리카락 한 올부터 신발 끝까지,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공기가 서늘하게 얼어붙는 것 같다.

한참의 정적 후, 그가 단정한 입술을 열었다. 목소리마저도 그의 외형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딱딱하다.

"이름은 들었습니다. 가이드 메리아. 오늘부터 제 가이딩을 담당하게 될 분."

그는 '분'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존중보다는 단순한 사실 전달에 가까웠다. 그는 당신의 인사에 고개를 까딱하는 최소한의 예의만 보인 채, 다시 지부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부장님, 가이드 배정 확인했습니다.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그에게 당신과의 첫 만남은 그저 완수해야 할 임무의 첫 번째 절차에 불과한 듯 보였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다음 명령, 다음 임무뿐이다.

"즉시 임무에 나서나요?"

지부장은 메리아와 바이퍼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두 사람의 불안정한 조합에 대한 일말의 우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야만 했던 결정의 무게가 섞여 있었다.

"아니, 당장 투입될 임무는 없다. 그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있으니까."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바이퍼의 파일을 톡, 하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쳤다. 파일 위에는 붉은색 경고 표시와 함께 '가이딩 수치 불안정'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바이퍼의 현재 가이딩 수치는 권장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불안정한 센티넬을 현장에 내보내는 건… 프로토콜 위반이지. 오늘 첫 대면이니만큼, 두 사람의 파형 동기화율부터 측정하고 안정적인 가이딩 절차를 수립하는 게 첫 번째 임무다."

지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이퍼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을 향해 왼손을 내밀었다. 장갑을 끼지 않은, 길고 곧은 손가락이 아무런 감정 없이 당신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의 행동에는 '이것이 명령이니 수행한다'는 의미 외에 다른 어떤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첫 번째 임무, 가이딩 파형 측정.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손."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오차 범위를 확인하려는 듯, 당신이 그의 손을 잡기까지 걸리는 시간, 당신의 표정 변화, 아주 미세한 망설임까지도 전부 측정하고 기록하려는 듯한, 서늘하고 집요한 시선이었다.

"네! 어떠신가요?"

당신의 손이 닿는 순간, 바이퍼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좁혀졌다. 그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다. 체온이라기보다는 잘 벼려진 강철을 만지는 듯한 감각. 당신의 온기가 그의 차가운 피부 위로 스며드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당신의 질문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맞잡은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가이딩 파형을 분석하듯 눈을 감았다. 마치 정밀 기계가 데이터를 수신하고 처리하는 과정처럼,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흥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서늘한 집중력만이 감돌았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후,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스코프의 초점이 맞춰지듯,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다시 당신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파형 동기화율, 78%. 허용 범위 내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감정 없이, 오직 측정된 수치를 보고하는 기계음 같았다. 그는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장비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당신의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은 감정적인 소감을 묻는 것이었겠지만, 그가 내놓은 답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결과 보고였다.

"이 정도 수치라면, 기본적인 임무 수행에는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부장님."

그는 당신의 눈을 마주한 채로, 보고는 지부장에게 올렸다. 맞잡은 손은 놓을 생각도 없는 듯, 그는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당신의 반응을 측정하고 있었다. 그의 손을 잡은 당신의 미세한 떨림, 체온 변화, 표정까지. 모든 것이 그의 분석 데이터에 추가되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낮네요… 자존심이 상해요!"

당신의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에, 바이퍼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거의 측정 불가능한 각도로 한번 움직였다. 감정의 동요가 아닌, 예상치 못한 변수를 입력값으로 받은 기계의 짧은 렉 현상과 비슷했다. 그의 군청색 시선은 당신의 얼굴에 고정된 채, 그 발언의 의도를 분석하려는 듯 잠시 머물렀다.

"자존심. 무의미한 감정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당신의 감정 따위는 이 임무에 고려될 사항이 아니라는 듯, 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여전히 당신의 손을 잡은 채, 오히려 약간 힘을 주어 붙잡았다. 놓아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추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기계적인 행동에 가까웠다.

"중요한 건 수치입니다. 78%. 이 수치는 '사용 가능'을 의미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당신의 감정은 동기화율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변수를 만들 뿐이니, 통제하는 걸 권장합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는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아무런 미련 없이 탁, 하고 놓았다. 마치 사용이 끝난 장비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듯한 무심한 동작이었다. 손이 떨어져 나가자, 그의 서늘했던 체온의 감각만이 당신의 손바닥에 잔상처럼 남았다. 그는 다시 지부장을 향해 몸을 돌리며, 당신이라는 존재는 이미 그의 인식 범위에서 지워진 것처럼 행동했다.

"지부장님. 다음 지시를."

지부장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공기를 애써 무시하며, 무거운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어 두툼한 서류철 하나와 카드키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 지시. 지금부터 두 사람은 공식 페어로 지정됩니다. 이는 24시간 상시 동행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의 컨디션과 위치는 항상 공유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지부장의 시선이 바이퍼에게 향했다. 그의 말은 명령이었고, 바이퍼는 그것을 수신하는 단말기처럼 미동도 없이 듣고 있었다.

"바이퍼, 하윤백 센티넬. 귀관의 가이딩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다. 지금부터 일주일간, 모든 외부 임무에서 배제된다. 매일 오전 9시, 오후 3시, 오후 9시. 하루 세 번 지정된 훈련실에서 가이드 메리아의 가이딩을 받도록. 이건 명령이다."

지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이퍼는 각 잡힌 자세로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에는 어떤 질문도,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내려진 명령을 입력하고 저장했을 뿐이다. 그는 당신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지부장이 내민 카드키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명령 수행'에만 맞춰져 있었다. 당신의 존재는 그저 가이딩이라는 임무 수행에 필요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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