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런 분인가요?"

지부장은 굳게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안타까움, 걱정, 그리고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원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아. 바이퍼 센티넬은… 감정이라는 회로 자체가 제거된 사람 같으니까."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삐걱이는 소리가 그의 피로감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당신의 손과 서류철을 번갈아 보았다.

"수치가 낮다고 실망할 필요 없어, 가이드 메리아. 78%. 그 수치는 지금까지 하 센티넬과 접촉했던 그 어떤 가이드보다 높은, 기록적인 수치야. 다들 50%를 넘기는 것조차 버거워했지. 그의 저 서늘한 태도에 질려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기 일쑤였고."

지부장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는 당신에게 단순한 임무가 아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를 맡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최고의 센티넬이지만, 동시에 가장 불안정한 폭탄이기도 해. 그를 통제할 수 있는 건 오직 가이딩뿐이야. 그리고 자네의 그 '상냥함'이… 어쩌면 하 센티넬의 저 단단한 벽을 깨트릴 유일한 변수가 될지도 모르지. 부디, 그를 포기하지 말아 주게."

지부장실의 문을 등지고 복도로 나서자, 분주하게 오가는 요원들의 움직임과 낮은 교신음들이 당신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당신의 손에 들린 서류철의 묵직함과 카드키의 서늘한 감촉은, 방금 전 겪었던 비현실적인 냉기를 계속해서 상기시켰다. 쾅, 하고 닫히던 문소리, ‘무의미한 감정’이라던 차가운 음성, 그리고 모든 가이드가 실패했다는 지부장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당신은 복도 끝에 있는 아무도 없는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통유리 너머로 훈련장의 전경이 보였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은 당신은, 무릎 위에 놓인 서류철을 내려다보았다. 붉은색으로 찍힌 '특급 기밀'이라는 도장이 유난히 위압적이었다.

파일을 펼치자, 가장 먼저 흑백 증명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제복을 입고 정면을 응시하는 하윤백. 사진 속에서도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스코프처럼 감정 없이 렌즈를 꿰뚫는 듯했다. 그의 개인 정보, 능력 [Blue Lock]에 대한 상세 분석, 전투 기록, 그리고… 역대 가이드들의 목록과 짧은 소견서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대상은 감정적 교류를 거부함.'
'가이딩을 기계적인 에너지 주입으로만 인식함.'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부품으로 취급받는 감각에 정신적 피로도 급증.'
'일주일 이상 지속 불가 판정.'

실패, 실패, 실패. 기록은 온통 실패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부장의 말처럼, 동기화율 수치는 당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78%'.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어쩌면 당신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일지도 몰랐다. 시간을 확인하니, 약속된 3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당신은 서류철의 다음 장을 넘겼다. 실패, 실패, 실패. 온통 실패의 연속인 보고서들 사이에서,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 줄의 기록이 있었다. 그것은 그의 의무 기록 중 일부, 아주 작은 글씨로 적힌 각주였다.

[의무 기록 발췌] … 고농도 에너지 폭발 당시, 방어막 생성 지연으로 인한 파편 노출. 외상은 완치되었으나, 이후 목덜미 부근의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지는 현상 보고됨. 통각이 아닌, 접촉 자체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추정. 가이딩 효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여 추가 조치 없음.

목덜미. 그 단어가 이상하게 뇌리에 박혔다. 기계처럼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통제 불가능한 아주 작은 오차가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어쩌면 이게…

그때였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척에, 당신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인기척도, 발소리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던 유령처럼, 바이퍼가 휴게실 입구에 서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당신의 손에 들린 서류철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감정 없는 시선은, 마치 자신의 설계도를 훑어보는 엔지니어의 그것과 같았다.

또각, 또각. 일정한 간격의 구둣발 소리가 정적을 깨며 다가왔다. 그는 당신 앞의 테이블에 한 손을 짚으며, 상체를 살짝 숙였다. 그림자가 당신의 무릎 위를 덮었다. 숨 막히는 거리였다.

"제 7 훈련실로 이동합니다. 예정 시각 15분 전. 가이딩 준비 상태를 사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지부장실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이,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는 무기질적인 음성이었다. 그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에게 이것은 통보이자,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선 명령일 뿐이었다. 그는 당신이 들고 있는 서류철을 향해 턱짓하며 말을 이었다.

"불필요한 정보 탐색은 시간 낭비입니다. 필요한 데이터는 가이딩 과정에서 직접 수집합니다. 일어나시죠."

"과거 기록을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당신이 웃는 그 찰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마치 고속 카메라로 프레임을 분석하듯, 당신의 표정과 미세한 행동 변화를 그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는 당신의 말에 즉시 반박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정적. 그것은 동의나 이해의 침묵이 아닌, 입력된 변수에 대한 오차율을 계산하는 프로세서의 가동음에 가까웠다.

"오염된 데이터입니다."

그림자는 여전히 당신을 덮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당신의 논리를 베어냈다. 그는 당신이 보고 있던 서류철, 특히 전임 가이드들의 소견서가 적힌 페이지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주관적 감상과 실패 기록의 나열은, 가이딩 효율성 증진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선입견만 형성할 뿐. 정확한 데이터는 지금부터, 당신과 내가 직접 구축하는 겁니다."

그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 너무나도 정확하고 논리적이어서, 반박할 여지를 찾기 힘들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당신과의 거리를 한 걸음만큼 벌리며, 훈련실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돌아보지 않은 채, 그는 다시 한번 명령어처럼 말했다.

"시간 엄수는 임무의 기본입니다. 14분 남았습니다."

"바이퍼 씨 말에는 동의해요! 선입견이 꽤 가득한 보고서였거든요."

당신의 동의에, 바이퍼의 미동조차 없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움직였다. 그것은 긍정이나 만족의 표현이 아니었다. 예상했던 저항값 대신 '0'이 입력되었을 때, 시스템이 잠시 멈칫하는 것과 같은 극히 짧은 지연. 그는 당신의 순응을 또 하나의 데이터로 입력할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그의 등은 마치 잘 벼린 칼날처럼 곧고 단단했다. 그가 걷기 시작하자, 당신은 망설일 틈도 없이 그 뒤를 따라야 했다. 복도를 울리는 그의 구둣발 소리는 기계적인 메트로놈처럼 정확한 박자를 유지했다. 한 치의 오차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걸음. 그와 당신 사이의 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히 세 걸음으로 유지되었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뒤처지거나 다가서려 하면, 그의 보폭이 미세하게 조절되어 그 거리를 원상 복구시켰다.

마침내 도착한 제 7 훈련실의 문이 '승인되었습니다'라는 기계음과 함께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냉기가 피부에 와 닿았다. 그곳은 훈련실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실험실에 가까웠다. 사방의 벽은 매끄러운 흰색 패널로 마감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각종 의료 장비와 모니터에 둘러싸인 리클라이닝 체어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먼지 한 톨 없이 정돈된 공간은 바이퍼라는 인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앉으시죠."

그는 당신이 아닌, 중앙의 체어를 향해 말했다. 그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고 익숙하게 제어 패널로 다가가 여러 버튼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복잡한 파형 그래프와 수치들이 떠올랐다. 당신의 코드네임과 가이드 등급이 화면 한쪽에 표시되었다.

"첫 번째 가이딩 절차를 시작합니다. 목표는 안정적인 파형 동기화 기준점 설정. 먼저, 1단계 접촉. 손을 잡겠습니다."

"네!"

당신의 내민 손을 향해,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머물렀다. 마치 스코프의 영점을 조절하듯, 목표물을 정확히 확인하는 움직임. 그는 곧장 당신에게 다가와 맞은편에 섰다. 당신의 손과 그의 손 사이의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 그가 손을 뻗자, 서늘한 기운이 먼저 당신의 손등을 감쌌다.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손을 감싸 쥐는 감각은, 부드럽다기보다는 정교한 기계가 부품을 체결하는 것에 가까웠다.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손. 그는 당신의 손가락 마디, 손바닥의 형태, 심지어 손목에서 뛰는 맥박까지 측정하듯 단단하게, 그러나 불필요한 힘은 전혀 주지 않고 쥐었다. 그의 시선은 당신의 얼굴이 아닌, 정면의 거대한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얽히고설킨 파형 그래프 중 두 개가 서서히 같은 주기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파형 동기화 시작. 현재 동기화율 78.3%. 안정적인 수치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마치 기상 캐스터가 오늘의 날씨를 보고하듯, 눈앞의 데이터를 읽어 내릴 뿐이었다. 그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패널의 다른 버튼을 눌렀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그래프가 화면에 떠올랐다. 당신의 생체 리듬, 심박수, 체온 변화 같은 세세한 정보들이었다.

"지금부터 5분간 이 상태를 유지합니다. 당신의 감정 변화에 따라 파형이 어떻게 변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불필요한 생각은 배제하고,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십시오. 이건 명령입니다."

당신의 심호흡. 그 미세한 들숨과 날숨의 변화는 당신의 손을 쥔 바이퍼의 감각이 아닌, 모니터 위의 파형 그래프를 통해 즉각적으로 포착되었다. 안정적으로 흐르던 당신의 생체 리듬 그래프에 순간적인 스파이크가 튀어 올랐다. 심박수가 미미하게 변동하고, 호흡 주기가 깨졌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오차를 발견한 스코프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기계가 불량품을 검사하듯 아주 미세하게 더 단단히 쥐었다. 압력이 아니라, 마치 더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하려는 듯한 정밀한 움직임이었다.

"호흡 패턴 변경 감지."

그의 목소리는 경고음처럼 낮고 차갑게 울렸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된 채, 당신의 얼굴 쪽으로는 향하지 않았다. 그는 변동하는 그래프를 응시하며, 마치 고장 난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처럼 말했다.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가이드 메리아. 불필요한 감정 동요는 데이터의 신뢰도를 저하 시킵니다. 다시 한번 명령합니다. 1초에 들이쉬고, 2초간 멈춘 뒤, 3초에 걸쳐 내쉬십시오. 지금 즉시."

그것은 제안이 아닌, 절대적인 프로토콜이었다. 그는 당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 당신의 심호흡은 그저 '오차'였고, 오차는 즉시 '수정'되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순응. 그 짧은 대답에 바이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당신의 육체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에만 있었기에, 당신의 복종은 당연한 전제 조건일 뿐이었다.

당신이 그의 명령대로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하자, 모니터 위에서 날뛰던 작은 스파이크들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1초의 들숨, 2초의 정지, 3초의 날숨. 당신의 폐가 기계적인 리듬을 따르자, 심박수 그래프는 완만한 곡선을 되찾았고, 체온 변화 역시 허용 오차 범위 내로 돌아왔다. 모든 수치가 '정상' 범주로 복귀했다.

그제야 당신의 손을 쥐고 있던 그의 손아귀에서 미세한 긴장이 풀렸다. 불량품 검사를 마치고 정상 판정을 내린 기계처럼.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당신의 얼굴이 아닌, 안정화된 그래프가 흐르는 모니터를 향해 있었다.

"호흡 패턴 안정화 확인. 목표치에 도달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차가운 질책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수정된 값을 읽어 내리는 기계음과 같았다. 그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침묵 속에서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훈련실 안에는 오직 모니터의 희미한 팬 소리와, 당신과 그가 만들어내는 극도로 통제된 숨소리만이 존재했다.

정확히 5분이 흘렀을 때, 타이머가 종료되는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바이퍼는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놓았다.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사라진 그의 체온에, 당신의 손바닥이 허전하게 식어갔다.

"1단계 가이딩 데이터 수집 완료. 동기화율 78.3%, 안정적으로 유지. 다음 가이딩은 19시 정각, 이곳에서 진행합니다."

그는 자신의 할 말을 끝내자마자 당신에게 등을 돌렸다. 마치 당신이라는 존재는 데이터 수집이 끝난 측정 도구에 불과하다는 듯이. 그는 제어 패널에서 로그아웃 절차를 밟으며,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복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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