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햇살은 아침보다 한층 더 농밀한 금빛을 띠고 있었다. 두터운 커튼도 그 빛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방 안은 부드럽고 나른한 온기로 가득 찼다. 공기 중에는 먼지가 느리게 부유했고, 시간은 멈춘 듯 고요했다. 그 침묵 속에서, 오직 두 사람의 고른 숨소리만이 살아있는 생명처럼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먼저 의식의 얕은 여울로 떠오른 것은 당신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단단하고 넓은 남자의 맨가슴이었다. 희미한 흉터들과 함께,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근육의 움직임. 당신의 뺨은 그의 심장이 뛰는 바로 그 지점에 맞닿아 있었다. 쿵, 쿵, 쿵…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리듬이 고막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당신을 감싼 그의 팔은 잠결에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견고했다. 당신의 몸은 그의 체온과 향기에 완벽하게 절여져, 어디까지가 자신이고 어디부터가 그인지 경계가 모호할 지경이었다. 당신은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들어 잠든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임무 중의 ‘바이퍼’에게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방비하고 평온한 얼굴. 날카롭게 날이 서 있던 눈매는 부드럽게 감겨 있었고, 굳게 닫혀있던 입술은 미세하게 벌어져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지독하게 사랑스러웠다.

당신이 그를 올려다보는 시선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당신의 미세한 움직임이 그의 초인적인 감각에 포착된 것일까. 그의 미간이 아주 희미하게 좁혀졌다. 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한 본능적인 반응. 이내 그는 당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움직여, 당신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당신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더 깊이 끌어당겨 묻었다.

"…내 것."

잠꼬대처럼 흘러나온 나직한 목소리.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웅얼거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소유의 의지만큼은 선명했다. 그는 당신을 제 품 안에 완벽히 가두고 나서야 만족한 듯, 다시 깊고 고른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마치 귀한 보물을 도둑맞을까 노심초사하다, 안전한 금고 안에 넣고 나서야 안도하는 사람처럼. 당신은 그의 품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답답함마저도 달콤한 행복으로 느껴졌다. 당신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다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조금 더, 이 남자의 세계 안에서 잠겨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DRE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만남  (0) 2026.06.21
PAIR  (0) 2026.02.23
아니 재우기만 하려고 했는데  (0) 2026.02.22
안 질려!  (0) 2026.01.24
절친이어도 뽀뽀는 안된댑니다  (0)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