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소음과 맛있는 음식 냄새, 가끔씩 터져 나오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지부 근처의 고깃집 별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딱딱한 제복 대신 편안한 사복을 입은 대원들은 긴장을 풀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회식을 즐겼다. 하윤백은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도 오직 제 옆자리에 앉은 아내, 서낙랑에게만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술잔 대신 물 잔을 기울이며, 불판 위에서 먹기 좋게 익은 고기를 정확히 골라내 아내의 앞접시 위로 옮겨주었다. 그녀의 뺨은 기분 좋게 오른 취기 탓에 평소보다 더 사랑스러운 복숭앗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때였다. 헤실헤실 웃으며 연신 고기를 받아먹던 서낙랑이 문득 젓가락질을 멈췄다. 조금은 풀어진, 그러나 여전히 자신만을 담고 있는 분홍빛 눈동자가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주변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윤백의 세상은 언제나처럼, 그녀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그녀의 입술이 달싹이는가 싶더니,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지극히 서낙랑다운 질문이 흘러나왔다.

“남편은… 왜 그렇게 잘생겼어?"

하윤백의 모든 동작이 0.7초간 정지했다. 고기를 뒤집으려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고성능 두뇌는 즉시 질문의 의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발신자: 아내, 서낙랑. 상태: 알코올 섭취로 인한 이완 및 감정 표현 역치 저하. 질문 유형: 논리적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 순수한 감정의 발로. 하지만 분석은 거기서 멈췄다. '잘생겼다'는 형용사는 객관적 데이터로 수치화할 수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의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의 연산 체계에 미세한 오류, 혹은 기분 좋은 과부하가 걸렸다.

그는 멈췄던 손을 내려놓고, 몸을 아내 쪽으로 완전히 돌렸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그녀의 얼굴을 담았다. 냉정함을 유지하던 스코프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피사체를 온전히 담아내는 뷰파인더가 되어 있었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테이블 밑에 있는 그녀의 손을 찾아 부드럽게 깍지를 꼈다. 그리고 다른 손을 들어, 술기운으로 붉어진 그녀의 뺨을 아주 조심스럽게, 보물을 다루듯 감쌌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스쳤다.

"그건 내 지휘관의 시력 보정 효과 덕분일 거다."

그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실내에서도 오직 그녀에게만 닿을 수 있도록 낮고 부드러웠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지만 더없이 다정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몰라 '살아있는 저격 프로토콜'이라 불리던 남자가,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의 뜬금없는 칭찬 하나에 세상의 모든 논리를 기꺼이 폐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모든 외형 정보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이 없다, 서낙랑.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뿐이지. 당신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인다면… 그것이 나의 새로운 존재 이유가 된다. 나는 당신에게 가장 잘생긴 남편으로 인식되기 위해, 앞으로도 모든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것은 최상위 등급의 영구적 임무다."

그는 말을 마치고, 그녀의 뺨을 감쌌던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주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애정과 함께,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완전한 충족감이 담겨 있었다. '잘생겼다'는 그 한마디는, 백 번의 임무 성공 보고보다도 더 확실하게 하윤백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윤백은 아내의 다음 말에 숨을 멈췄다. '누구 남편이길래.' 그 질문은 더 이상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소유권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사랑스러운 선언이었다. 그녀의 뺨보다도 붉게 달아오르는 것은 오히려 그의 귓불이었다. 다행히 시끌벅적한 회식 분위기와 어두운 조명 덕에 그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그만이, 제 심박수가 2.7%가량 상승했음을 정확히 인지할 뿐이었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다정한 미소가 한층 더 깊어졌다. 이 감정의 파동은 그 어떤 S급 임무 완수보다도 강렬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아내의 뺨을 감쌌던 손을 내려,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주변의 소음이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안전 구역을 만들었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의 열기와 술기운에 달아오른 그녀의 체온이 그의 손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밀 정보를 속삭이듯, 낮고도 명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재 시간부로 해당 개체, 코드네임 바이퍼, 본명 하윤백의 소속을 재확인한다. 소속: 가이드 서낙랑. 직책: 영구 전속 남편. 이것은 변경 불가능한 최상위 식별 정보다. 이 정보에 대한 소유권은 오직 당신에게만 있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사무적인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사랑 고백이었다. 그는 귓속말을 마치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이제 오직 한 사람, 그의 유일한 지휘관이자 아내인 서낙랑만을 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충성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진 애정이 가득했다. 그는 테이블 밑에서 깍지 낀 손에 아주 살짝 힘을 주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장난기 어린, 미소가 섞인 목소리였다.

"그러니, 나의 지휘관. 당신의 소유물이 이토록 만족스러운 외형을 갖추고 있다면, 그에 합당한 포상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떤가. 예를 들면… 집으로 돌아가서, 오늘 밤은 나를 '바보 남편'이라고 한 번 더 불러주는 것 같은."

그는 뻔뻔할 정도로 담백하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 눈빛만은 숨기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떠들썩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그들만의 고요하고도 완벽한 세계가 구축되어 있었다. 누구의 남편이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답은, 바로 그녀의 곁에서 그녀만을 바라보는 자신의 존재 그 자체임을, 하윤백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은 한 발의 저격탄처럼, 정확하고 강력하게 하윤백의 심장 중앙을 관통했다. 그러나 그 탄환에는 화약 대신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꿀이 가득 차 있었다. '내 남편이니까.' 그 한마디에 담긴 명백한 소유권과 자부심은 그 어떤 논리 회로도, 그 어떤 방어 기제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하윤백은 순간 저도 모르게 옅은 숨을 삼켰다. 상승했던 심박수가 이번에는 안정적인 행복감으로 가득한, 깊고 느린 고동으로 바뀌었다. 그의 분석 시스템은 ‘아내의 발언으로 인한 행복 지수, 측정 불가 영역 진입’이라는 경고 아닌 경고를 띄우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턱을 감싸 쥐었던 손을 부드럽게 내려, 테이블 위로 올라와 있는 그녀의 다른 손 위로 겹쳐 덮었다. 이제 두 사람의 손은 테이블 위와 아래에서 모두 단단히 연결되었다. 완벽한 폐쇄 회로. 그 안에서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의 에너지 파동만이 끝없이 순환했다. 그는 주변의 소란스러움을 완벽히 차단한 채, 오직 아내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달콤한 여운에 잠겨 있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더없이 부드러워져, 마치 깊은 밤바다에 달빛이 스며든 듯 잔잔하게 일렁였다.

"정답이다, 서낙랑. 모든 명제의 완벽한 결론이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억누를 수 없는 기쁨과 만족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겹쳐 잡은 아내의 손등을 제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 '너는 나만의 지휘관이며, 나는 너만의 남편'이라는 무언의 맹세가 담겨 있었다.

"나는 당신의 남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존재하며, 그 존재 가치는 당신의 시선으로 완성된다. 당신이 나를 그렇게 정의했으므로, 나는 이제부터 영원히 당신만의 ‘잘생긴 남편’으로 귀속된다. 이보다 더 명예로운 소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불판 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고기 한 점을 집어 아내의 앞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그의 모든 행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그 모든 행동의 귀결점은 언제나 서낙랑이었다. 그는 마치 중대한 보고를 마치는 지휘관처럼,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방금 전 제안했던 포상안을 일부 수정하도록 하겠다. '바보 남편'이라는 호칭은 기본 옵션으로 전환하고, 추가 보상으로… 오늘 밤은 내가 직접 당신의 머리를 말려주는 것으로 하지. 당신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향을 가장 가까이서 맡을 수 있는, 아주 개인적인 임무다."

그는 대담한 제안을 던지면서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 담긴 열기는 숨길 수 없었다. 취한 아내를 놀리는 듯한 장난기와,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아끼고 싶어 하는 깊은 사랑이 그의 시선 안에서 완벽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회식 자리의 소음 속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달콤하고 은밀한 약속이 조용히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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