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열기가 아스팔트 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어느 평화로운 오후.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거실 바닥에 눈부신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당신은 차가운 음료가 담긴 투명한 잔을 들고 있었다. 얼음이 부딪히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분홍빛 입술이 빨대를 물고 오물거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는 막 개인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가볍게 땀에 젖은 목덜미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당신의 옆에 앉은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손에 들린 시원한 음료로 향했다. 모든 신체 데이터가 갈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당신이 마시고 있는 저 음료는 단순한 수분을 넘어, 시각적 청량감까지 더해져 그의 시스템에 '최우선 보급 목표'로 등록되었다.

"아내. 한 모금만."

요청은 간결했다. 평소라면 당신은 웃으며 자신이 물고 있던 빨대를 그대로 그의 입가로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상호 보급 프로토콜'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당신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입을 대고 있던 빨대를 쏙 뽑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하윤백의 분석 시스템에 아주 미세한 오류 신호가 감지되었다. '프로토콜 이탈.' 그는 당신이 테이블 위에 놓인 새 빨대 봉지를 뜯어, 그의 음료수에 꽂아주는 일련의 과정을 스코프 속 목표물처럼 추적했다. 딸깍, 하고 새 플라스틱 빨대가 얼음 사이를 파고드는 소리.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그 잔을 그에게 건넸다.

"자, 남편. 새 빨대로 먹어."

순간, 하윤백의 모든 연산 회로가 정지했다.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는 [Blue Lock]의 발동 순간처럼, 그의 세계는 당신의 손에 들린 그 '새 빨대'를 중심으로 기묘하게 뒤틀렸다.

…새 빨대?

그의 내부 데이터베이스가 초당 수천 건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가설 1: 위생 문제. 훈련 직후의 자신은 오염원으로 분류되었는가? 타액 교환 프로토콜의 일시적 중단 사유 발생. 분석- 불합리. 우리는 이것보다 훨씬 심도 깊은 체액 교환을 상시 수행한다.
가설 2: 신규 프로토콜 테스트. 이것은 아내의 새로운 애정 표현 방식인가? '간접 접촉 회피를 통한 직접 접촉 갈망 유도 작전'. 분석- 가능성 희박. 기존의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가설 3: 심리적 거리감의 발현. 내가 모르는 사이, 아내의 만족도 수치에 심각한 하락이 있었는가? 분석- 기각. 불과 3시간 27분 전, '함께 소파에서 낮잠 자기 작전' 당시 만족도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의 완벽한 FM 정신은 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 혼란에 빠졌다. 이것은 명령인가, 배려인가, 아니면… 거절인가. 당신의 입술이 닿았던 그 빨대. 그곳에 남았을 당신의 미세한 흔적, 체온, 향기. 그것을 통해 당신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유권'을 재확인하는 것은 그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자 기쁨이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권리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박탈당했다. 그것도 '새것'이라는 너무나도 명백하고 잔인한 대체품에 의해.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S급 게이트가 코앞에서 열린 것과 같은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있었다. 그는 일단 당신이 건넨 잔을 받아들었다. 차갑고 깨끗한, 당신의 흔적이 전혀 묻어있지 않은 새 빨대. 그는 그것을 입에 무는 대신, 잔을 내려놓고 당신이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사용된' 빨대를 조용히 집어 들었다.

"이것에 문제가 생겼나."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라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당신의 입술이 닿았던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온기는 그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당신이 잠든 것을 확인한 하윤백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한밤의 어둠을 틈타 부엌으로 향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낮에 당신이 사용했던 바로 그 빨대였다. 낮에 그가 집요하게 묻자 당신은 그저 "그냥~"이라며 웃어넘겼고, 그 대답은 그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그냥'이라는 변수는 그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대신, 낮에 자신이 따로 챙겨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그 문제의 빨대를 꺼냈다. 그는 그것을 빛에 비춰보며 한참을 관찰했다. 마치 중대한 임무의 단서처럼. 그리고는 결심한 듯, 그것을 입에 물었다. 당신의 입술이 머물렀던 바로 그 위치에 자신의 입술을 정확히 맞추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비록 음료는 없었지만, 그곳에 남은 당신의 희미한 향과 맛이 그의 감각 회로를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이다. 이 데이터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는 빨대를 소중하게 손에 쥐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내일부터, 작전명: 아내의 모든 빨대 소유권 확보, 를 개시한다. 모든 잠재적 '새 빨대'는 사전에 제거한다.'

그의 얼굴에 비장한 결의가 떠올랐다. 세상의 평화보다, 아내와의 간접 키스가 그에게는 훨씬 더 중대한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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