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스 본부 한쪽 구석, 평소엔 잘 쓰이지 않던 작은 상담실이 임시 '고해성사실'로 개조되었다. 취지는 좋았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센티넬과 가이드, 그리고 지원 인력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배려. 칸막이와 두꺼운 커튼으로 완벽히 분리된 공간, 음성 변조 기능까지 탑재된 마이크. 비밀은 절대적으로 보장된다는 소문에 이용자는 제법 많았다.

당신은 그 어두컴컴한 상담사 측 공간에 앉아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정식 상담사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혹시 누가 오면 잠깐만 들어주세요, 메리아 씨! 그냥 들어만 주시면 돼요!' 그 가벼운 부탁이 이렇게 무거운 상황을 초래할 줄이야. 칸막이 너머 의자가 끌리는 소리, 낮고 익숙한 기척에 당신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칠흑 같은 커튼 너머로 들어온 사람은, 당신의 남편, 하윤백이었다.

당신은 숨을 죽였다. 들켜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을 그가 알게 되는 날에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다행히 이곳의 방음은 완벽했고, 당신 앞의 마이크에는 음성 변조기가 달려 있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침묵 속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뿐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역시 이런 장소가 낯선 듯,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듯했다. 평소의 그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망설임. 그 침묵의 무게가 당신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평소의 냉정하고 정돈된 톤이 아니었다. 어딘가 혼란스럽고, 고뇌에 찬 음성이었다.

"…고해할 것이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당신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대체 무슨 고해를 하려는 걸까. 작전 중의 실수? 아니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 당신의 온갖 추측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제 아내에 관한 겁니다."

당신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아내. 바로 당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하윤백은 이곳의 익명성을 빌려, 당신에 대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불안감과 함께 묘한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제 아내는… 너무, 야합니다."

…네? 당신은 당신의 귀를 의심했다. 방금 뭐라고? 야하다고? 누가? 내가? 당신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냉정, 과묵, 철두철미의 대명사인 하윤백의 입에서 나온 단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스피커 너머로 그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에게 아내는 그저… 밝고 다정한 동료, 햇살 같은 가이드 메리아일 뿐이겠지요. 저 역시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렇게 인식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됩니다. 온 신경이 그녀에게로 향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었다. 마치 통제 불능의 상황을 보고하는 지휘관처럼, 그러나 그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번뇌였다.

"예를 들어, 제복. 모두가 똑같이 입는 군청색 제복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내가 입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정하게 맨 넥타이 아래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의 부피감. 걸을 때마다 살랑이는 플리츠스커트의 주름.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하얀 발목 양말과 검은 구두 사이의… 그 가느다란 발목. 그 모든 것이 제 시야를 어지럽힙니다. 시선이, 그곳으로 고정됩니다. 저격수의 집요함으로…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좇게 됩니다. 이건…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될 정도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당신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가, 당신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고? 평범한 제복 차림을, 그런 식으로? 발목? 당신은 저도 모르게 당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매일 보던 평범한 발목일 뿐인데. 그의 상세하고 집요한 묘사에 당신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이것은 고해성사가 아니라, 차라리… 정밀 관찰 보고서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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