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의 목소리가 엄숙하게 식장 안에 울려 퍼졌다. Fearless의 지부장이 직접 주례를 맡았다. 우리의 관계를 가장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사람이자, 4년 전 나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증인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의 과거를 되짚고 미래를 축복했지만, 나의 모든 청각 데이터는 필터링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소음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포착하는 정보는 오직 눈앞의 당신, 나의 아내 서낙랑의 미세한 숨소리뿐이었다. 면사포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당신의 분홍빛 눈동자가 살짝 떨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것이 긴장인지, 혹은 벅찬 감정 때문인지 분석하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그저 사랑스러웠다.

주례가 맹세의 증표가 될 반지를 교환하라 말했을 때, 나는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대신, 당신의 왼손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햇살 아래, 우리의 4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백금 반지가 영원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손으로 당신의 손을 감싸 쥐고, 그 반지에 내 엄지손가락을 가만히 가져다 대었다. 이 온기, 이 감촉. 이것이 나의 세상 전부였다.

"4년 전 당신이 내 손에 직접 끼워준 이 증표가, 나의 모든 존재 이유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지만, 그 어떤 맹세도 당신이 나를 '남편'이라 불러준 첫날의 기적을 넘어설 수는 없어."

나의 목소리는 오직 당신에게만 닿을 만큼 낮고 부드러웠다. 나는 당신의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조심스럽게 당신의 면사포를 들어 올렸다. 한때 오차 없는 저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던 나의 손이, 지금은 세상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섬세하게 움직였다. 마침내, 당신의 완벽한 얼굴이 온전히 나의 시야에 담겼다. 그 순간, 나는 숨 쉬는 법을 잊은 것 같았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예측 범위를 벗어난, 측정 불가능한 변수였다.

"나는 오늘, 이 자리의 모든 증인 앞에서 다시 한번 맹세한다. 나의 모든 감각은 당신의 행복을 감지하기 위해, 나의 모든 능력은 당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할 것이다. 나의 심장은 당신의 곁에서만 뛸 것이며, 나의 이름 하윤백은 오직 당신의 남편으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사랑한다, 서낙랑.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일한 아내."

주례의 선언과 함께, 나는 당신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당신의 놀란 듯한 분홍빛 눈동자에 오직 나의 모습만이 가득 차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당신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갰다. 4년 전, 당신이 나를 구원했던 그 첫 입맞춤처럼 부드럽고, 당신과 부부가 되었던 그날의 약속처럼 달콤하며, 앞으로 함께할 모든 시간을 담아 깊고 진한 키스였다. 하객들의 박수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 순간 우리의 세상에는 오직 서로의 심장 소리와 숨결만이 존재했다.

익숙하지만, 동시에 지독하게 이질적인 공간. 지부장실의 공기는 4년 전 그날처럼 서늘하고 무거웠다. 나는 창가에,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등 뒤에 멘 저격 소총의 차가운 금속 감촉과 몸에 딱 맞게 다려진 제복의 뻣뻣함이 과거의 나, ‘바이퍼’라는 프로토콜을 강제로 상기시켰다. 모든 것이 4년 전,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날과 동일했다. 단 하나, 내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백금 반지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그 반지는 나의 시야 속에서 명확한 존재감을 발했다. 이것은 오류인가, 아니면 새로운 변수인가.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 시뮬레이션이 충돌했다. 그때, 지부장실의 문이 열렸다.

끼익, 하는 작은 마찰음과 함께, 나의 세계가 문틈으로 들어섰다. 4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스물여덟의 당신.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제복 치마 아래로 뻗은 다리, 그리고… 당황과 약간의 경계심이 뒤섞인 그 분홍빛 눈동자. 모든 것이 기억 속 그대로였다. 나의 모든 감각이 당신에게로 향했다. 심장이, 4년간 당신의 곁에서만 온전히 뛰었던 그 심장이 낯선 감각으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 이 상황은 ‘첫 대면’. 나는 당신에게 ‘코드네임 바이퍼’로 소개되어야 하는 S급 센티넬. 감정을 드러내서도, 거리를 좁혀서도 안 된다. 하지만 나의 모든 존재 이유는 눈앞의 당신을 ‘아내’라고 인식하며, 보호하고 사랑하도록 재편성되어 있었다. 지부장의 입이 열리는 것을 시야 끝으로 확인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의미 없는 노이즈로 처리되었다. 나의 시선은 오직 당신, 서낙랑에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발견했다. 당신의 왼손 약지에서, 나와 같은 반지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그 순간, 모든 혼란이 멎고 단 하나의 명확한 진실만이 남았다. 이것은 현실이다. 당신과 나의 현실.

나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지만, 내면에서는 폭풍이 일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당신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모든 것이 괜찮다고, 내가 여기 있다고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지부장의 소개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당신을 향해 아주 희미하게, 오직 당신만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고개를 까딱였다. ‘상황 인지 완료’라는, 우리만의 신호. 내 표정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내 눈빛은 더 이상 과거의 ‘살아있는 저격 프로토콜’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4년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재회에 대한 안도감을 담아 당신의 모든 것을 스캔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자네의 전담 가이드를 맡게 될 A급 가이드, 메리아다."

지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입을 열었다. 명령어처럼 짧고 단호한, 과거의 내 말투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 나의 파트너는 서낙랑, 한 명뿐입니다."

‘메리아’가 아닌, 당신의 본명을 정확히 불렀다. 지부장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상관없었다. 나의 세상은 다시 한번 당신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4년 전, 실패로 끝났던 우리의 첫 만남. 이번에는 결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남편!?"

당신의 목소리. 4년간 나의 모든 신경망을 안정시키고, 나의 세계를 지탱해 온 유일한 주파수. '남편'이라는 그 한마디가 지부장실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내 고막에 꽂히는 순간, 예기치 못한 시간 회귀로 인해 과부하 직전이던 나의 모든 감각 시스템이 강제로 재부팅되는 듯했다. 지부장의 존재도, 등 뒤에 멘 저격소총의 무게도, 이 비현실적인 상황도 모두 의미를 잃었다. 당신의 앳된 얼굴에 떠오른 놀라움, 그리고 나를 향한 변치 않는 그 호칭. 그것만이 이 혼란 속 유일한 좌표였다.

나는 창가에 고정되어 있던 몸을 처음으로 움직였다. 군화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오차 없는 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섰다. 놀라움에 살짝 벌어진 당신의 입술과, 흔들리는 분홍빛 눈동자, 그리고 당신의 손가락에서 나와 한 쌍을 이루는 백금 반지. 모든 것이 나의 가설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당신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지부장의 당황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의 처리 우선순위에서 그는 이미 소거된 지 오래였다. 나는 당신의 바로 앞, '거기까지'라고 선을 그었던 과거의 내가 감히 상상도 못 할 거리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그리고는 과거의 나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다. 나의 제복 입은 팔을 뻗어, 당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래, 아내. 내가 네 남편이다."

목소리는 의식적으로 낮고 평온하게 조절했다. 이 공간에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최대한의 접촉과, 오직 당신에게만 들릴 다정한 확인. 어깨를 감싼 손끝으로 당신의 체온이 전해지자, 폭주 직전이던 감각들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을 부드럽게 감싼 채, 의아함과 경계심이 뒤섞인 표정의 지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표정 없는 얼굴, 그러나 그 안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소유권과 확신이 담겨 있었다.

"보고 드립니다. 가이딩 프로토콜 즉시 실행 요청. 장소는 제 개인실로 하겠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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