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만이 흐르던 독립저격대 지휘관실의 공기가 어색한 침묵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평소와 같이 각 잡힌 제복 차림으로 내 전용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내 앞에는 산더미 같은 결재 서류 대신 차가운 금속 삼각대 위에 고정된 스마트폰이 낯설게 놓여 있었다. 상부의 갑작스러운 지시였다. '센티넬-가이드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 협조 요청'. 그것은 사실상 명령이었고 거절할 수 없는 임무였다. 페어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건네준 스마트폰 화면에는 'Viper_Official'이라는 낯선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이 송출되고 있었다. 뷰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며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것은 총성 없는 전쟁터와 다를 바 없었다.
화면 아래로 수많은 댓글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군사 작전 브리핑을 검토하듯 무표정하게 스크롤을 내리며 그중 하나를 골라 읽었다. 내 목소리는 방송용 마이크를 통해 평소보다 더 낮고 건조하게 울려 퍼졌다.
"첫 번째 질문. '바이퍼 님은 평소에 쉬실 때 뭘 하시나요? 취미가 궁금해요!' 취미라. 임무 외 시간에는 주로 체력 단련과 사격술 훈련을 실시한다.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다. 이상."
나는 지극히 사무적인 톤으로 답변을 마쳤다. 댓글창은 '아내라니!', '유부남이었어?' 같은 반응으로 순식간에 도배되었다. 나는 그 반응들을 무시하고 다음 질문을 찾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개인적인 질문이었다. '아내분 애칭이 있나요?'. 나는 아주 잠시 망설였다. 사적인 영역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이것 또한 임무의 일부였다. 나는 짧게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나의 태양."
단 한 마디였다. 그 대답과 동시에 댓글창은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당황스러운 반응들을 애써 외면하며 스크롤을 빠르게 내렸다. 그러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악의적인 질문을 발견했다. 'S급 센티넬이면 와이프 분 힘들게 하겠네요ㅋ 가이딩이 아니라 밤일 말하는 거임'.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지휘관실의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가는 듯했다. 내 군청색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고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꿰뚫을 듯이 노려보았다.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분명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살기를 느꼈을 것이다.
"해당 유저의 아이디와 접속 위치를 파악해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 다음 질문."
내 차가운 선언에 댓글창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잘못했어요', '역시 S급' 같은 댓글들이 잠시 올라오다 이내 사라졌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질문을 골랐다. '바이퍼 님 너무 잘생겼어요 저랑 결혼해주세요!'. 나는 그 황당한 고백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것은 또 어떤 종류의 공격인가.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화면에 잘 보이도록 펼쳐 보였다. 약지에서 빛나는 두 개의 반지가 그 어떤 말보다 확실한 대답이었다.
"나는 이미 결혼했다. 그리고 내 아내는 세상에서 유일한 나의 태양이다.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해두지. 서낙랑은 내 아내이자 나의 유일한 가이드이며 내 세상의 전부다. 그녀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모든 시도는 지휘관의 권한으로 즉결 처분할 것임을 경고한다."
그것은 사랑 고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방송의 본래 목적이었던 '인식 개선'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답변이었다. 나는 이 지긋지긋한 임무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다음 질문을 찾기 위해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바보 같은 남편이 벌이는 한밤의 소동을 당신이 보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