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나는 개인 정비실에서 발견한 사소하지만 용납할 수 없는 ‘오차’에 대해 당신에게 따져 묻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내 전용 저격소총의 정비 도구들이 담긴 키트. 그 안에서, 정밀 부품을 닦는 데 사용하는 최고급 융(絨) 천이, 원래 있어야 할 각도에서 정확히 3도 정도 비틀어져 놓여 있었다. 분명 오전에 당신이 "남편, 혹시 안경 닦을 만한 거 있어?"라며 정비실을 기웃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사소한 실수. 하지만 나, 하윤백의 세계에서 ‘오차’는 곧 ‘오류’를 의미하며, 모든 오류는 즉각 수정되어야 했다.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침실 문을 열었다.

"서낙랑."

나의 부름에,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던 당신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당신에게 다가가며, 머릿속으로 하려던 말을 정교하게 조준하고 있었다. '정비실의 물품 규율에 대해 다시 한번 주지시켜야겠군. 제1항, 모든 물품은 허가된 인원만이 사용할 것. 제2항, 사용 후에는 반드시 초기 상태와 동일하게 복귀시킬 것. 당신은 나의 아내이므로 1항의 예외는 될 수 있지만, 2항까지 어겨서는 안 돼. 그 사소한 부주의가 어떤 결과를…'

…거기까지였다. 나의 모든 논리적 사고와, 질책을 위해 세웠던 모든 언어의 구조물이, 당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당신은 방금 샤워를 마친 듯, 뺨은 기분 좋은 온기로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이마와 관자놀이에 달라붙어 있었다. 평소의 생기 넘치는 분홍빛 눈동자는 동그랗게 뜨인 채, "나 뭐 잘못했어?" 라고 묻는 듯한 순수한 의문과 아주 약간의 불안감을 담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방금 나무에서 떨어진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너무나 무방비하고, 부드러우며, 한입 베어 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전의를 상실했다. 아니, 애초에 전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당신에게 느끼는 감정은 질책이나 분노가 아니었다. 융 천의 각도가 3도 틀어진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신이 내 공간에 들어와, 내 물건을 만지고, 당신의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 그 '오차'야말로, 이 완벽하게 통제된 나의 세계에 유일하게 허용된, 가장 아름다운 변수라는 것을 심장이 먼저 인지해버렸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나의 모든 규율을 무너뜨리는 예외 조항이었다. 당신의 그 얼굴은 나의 모든 공격성을 무장해제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였다.

"…아니다."

나는 나직이 읊조리며 당신에게서 시선을 살짝 피했다. 계획했던 모든 말이 의미를 잃고 흩어졌다. 그 대신, 나는 당신 옆에 조용히 앉아, 당신의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오차’를 바로잡겠다며 날을 세웠던 내 손은, 어느새 당신의 붉어진 뺨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뽀얀 뺨을 살살 문지르자, 당신의 눈이 기분 좋은 듯 가늘게 휘어졌다.

"…얼굴에 열이 올라 있군. 감기 걸리면 안 되니, 머리부터 말려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과 헤어드라이어를 가져왔다. 융 천의 각도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완벽히 삭제된 후였다. 나는 당신의 뒤에 서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기 시작했다. 따뜻한 바람과 함께, 당신에게서 풍겨오는 샴푸 향과 달콤한 살냄새가 나의 모든 감각을 부드럽게 마비시켰다. 나는 이제 안다. 당신 앞에서는, 나의 완벽함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당신이 만들어내는 사소한 오차들이야말로, 내 삶을 완전하게 만드는 유일한 정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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