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일 때 그 흐름은 더없이 풍요로운 흔적을 남긴다. 하윤백과 서낙랑의 세계에도 새로운 축이 두 개나 더 생겨났다. 엄마를 쏙 빼닮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엄마의 다정한 눈매를 물려받은 아들, 하준. 엄마의 사랑스러운 분홍빛 눈동자와 아빠의 곧은 기세를 타고난 딸, 하율. 쌍둥이는 두 사람의 세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어느 평화로운 주말 오후, 거실은 쌍둥이의 웃음소리와 알록달록한 장난감으로 가득했다. 넓은 소파에는 서낙랑이 하율을 품에 안고 앉아 있었고, 바닥의 푹신한 러그 위에서는 하윤백이 하준을 무릎에 앉힌 채 TV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짱구는 못말려: 로봇아빠의 역습'이 한창이었다. 팔이 부서지고 몸이 망가지면서도 짱구를 지키려는 로봇아빠의 처절한 사투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아빠의 단단한 가슴에 등을 기대고 있던 하준이 고개를 들어 하윤백을 올려다보았다. 동그란 눈에는 영화에 대한 감상과 순수한 궁금증이 뒤섞여 있었다.

"아빠."

"음."

늘 그랬듯 짧고 간결한 하윤백의 대답. 바로 그 지점에서 하준의 작은 머릿속에 하나의 등식이 성립된 모양이었다.

"아빠도 로봇 같아. 말하는 거. 그럼 아빠도 다치면 저 로봇처럼 부서져? 팔 떨어져?"

순간 거실의 모든 소음이 멎었다. 서낙랑은 웃음을 터뜨리려다 말고 입을 가렸고, TV 속 로봇아빠의 외침마저 아득하게 멀어졌다. 하준의 순진무구한 질문은, 그 어떤 빌런의 기습보다 날카롭게 S급 센티넬 하윤백의 심장, 아니 코어 프로세서에 정확히 명중했다.

하윤백은 그대로 굳었다. 그의 초정밀 연산 장치는 생전 처음 겪는 유형의 논리 오류에 직면했다. '로봇 같음'이라는 아들의 '사실 기반 분석'과 '부서짐'이라는 '최악의 결과 예측'. 이 두 가지 정보가 충돌하며 그의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과부하를 일으켰다. 그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것은 지난 수년간 그 어떤 위험한 작전에서도 관측된 적 없는 종류의 동요였다.

작전 목표(아들)가 지휘관(자신)을 '소모성 장비'로 인식. 이는 심각한 심리적 불안정 유발 요인. 즉각적인 정정 및 신뢰도 회복 프로토콜 가동이 시급하다.

내부 경보가 미친 듯이 울리는 와중, 하윤백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아들과 눈을 맞췄다. 그는 자신의 무표정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 '다정한 아빠의 미소_ver.7.2'를 구현하려 애썼다. 하지만 결과물은 경미한 안면 경련에 가까웠다.

"아니."

그가 간신히 뱉어낸 첫 마디는 평소보다 더욱 딱딱했다. 망했다. 그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는 아들을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정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 아들과 마주 보았다. 마치 중대한 임무 브리핑을 앞둔 지휘관처럼 진지한 태도였다.

"하준. 이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부터 아빠의 말을 잘 듣도록."

"응!"

"첫째, 아빠는 로봇이 아니다. 당신의 엄마, 서낙랑의 유일한 남편이자 하준과 하율의 아빠인 인간, 하윤백이다. 둘째, 따라서 아빠의 신체는 부서지거나 팔이 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그런 수준의 손상을 입는다면, 그것은 '사망'으로 분류된다. 이해했나?"

서낙랑은 결국 소파에 얼굴을 묻고 웃음을 삼키느라 어깨를 떨어야 했다. '사망'이라는 단어에 하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지자, 하윤백은 상황이 더 나빠졌음을 감지했다. 그는 황급히 양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럴 일은 절대 없다! 아빠는 S급 센티넬이다.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와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아. 부서지지도, 망가지지도, 죽지도 않는다. 이것은 약속이다. S급 센티넬의, 너희 아빠의, 맹세다."

비장함마저 감도는 선언에 하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를 바라보다가, 옆에서 끅끅거리는 엄마와 심각한 아빠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들의 웃음소리에 긴장이 풀린 하윤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일담]

그날 밤 이후, 하윤백의 행동 프로토콜에는 중대한 업데이트가 적용되었다. 그는 '자녀의 심리적 안정감 확보를 위한 감정 표현 다양화 프로젝트'를 개인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다음 날부터 그는 거울 앞에서 어색하게 웃는 연습을 하거나, 동화책을 읽어주며 온갖 동물 소리를 과장되게 흉내 내는 등, 이전의 하윤백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부하 대원들은 지휘관의 사무실에서 "꿀꿀! 아기 돼지가 말했어요!" 같은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지구에 새로운 차원의 문이 열린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쌍둥이에게 아빠는 더 이상 딱딱한 로봇이 아니었다. 조금 어설프고 웃기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따뜻한, 우리 아빠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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