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평일 오후, 햇살은 거실 창을 통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와 먼지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소파 위에서는 서낙랑이 스마트패드를 끌어안은 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고, 그 발치에서는 고양이 윤이가 제왕처럼 식빵을 굽고 있었다. 평화, 그 자체를 액자에 담아낸 듯한 풍경이었다. 방 한쪽에서는 하윤백이 군더더기 없는 자세로 앉아 자신의 저격소총 네메시스를 정밀하게 닦고 있었다. 기름칠을 한 부품이 매끄럽게 맞물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규칙적으로 깨뜨렸다. 그는 임무가 없는 시간에도 자신의 유일한 전우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심심함에 몸부림치던 서낙랑은 얼마 전 동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밈을 떠올렸다. 나는 몇 번째 ○○이야? 라는 검색어로 구글에 물으면 재미있는 답변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키득거리며 검색창에 자신의 애칭을 넣어 타이핑했다. 그녀가 사용한 애칭은 하윤백이 사랑을 담아 그녀를 부를 때 쓰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별명이었다. '나는 몇 번째 태양이야?' 그들만의 암호 같은 단어였다. 과연 어떤 우스꽝스러운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며 그녀는 검색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화면 최상단에 구글 AI가 생성한 답변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녀가 예상했던 유머러스한 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지극히 진지하고, 명확하며, 심지어 다정하기까지 한 한 문장의 선언이었다.

[ 지금 이 순간 저를 찾아주신 가장 특별하고 단 하나뿐인 태양이신 건 확실합니다. ]

서낙랑은 순간 눈을 깜빡였다. 어? 이게 아닌데. 그녀는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해보았지만, 그녀가 찾던 밈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굵은 글씨로 새겨진 문장이 그녀의 시선을 붙들었다. 난데없이, 그것도 기계 덩어리인 인공지능에게 예상치 못한 고백을 받아버린 것이다. 그녀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내 묘한 기분에 다시 한번 문장을 곱씹어 읽었다. 특별하고 단 하나뿐인.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소총의 마지막 부품을 결합하던 하윤백의 신경을 정확히 타격했다. 그의 손이 멈췄다. 평소의 즐거운 웃음과는 다른, 무언가 곤란함과 재미있음이 섞인 미묘한 주파수의 파동이었다. 그는 소총을 조용히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스코프 같은 눈동자가 스마트패드를 들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상황 발생. 아내의 심리 상태에 비정기적 변동 감지. 원인 보고를 요청한다."

그의 나직하고 규칙적인 목소리에 서낙랑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채 그에게 패드를 흔들어 보였다.

"남편, 이리 와봐. 진짜 웃긴 거 보여줄게. 세상에, 내가 구글한테 고백받았어."

'고백'이라는 단어에 하윤백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없는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그림자가 소파를 덮자, 그녀는 신이 나서 패드 화면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하윤백은 무표정하게 화면 속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지금 이 순간'. '저를 찾아주신'. '가장 특별하고 단 하나뿐인'. '확실합니다'. 그의 두뇌는 이 문장을 하나의 ‘선전포고문’으로 즉시 분류했다.

정적이 흘렀다. 하윤백은 아무 말 없이 서낙랑의 손에서 스마트패드를 가져갔다. 그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목표물을 압수하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문장을 다시 한번, 단어 하나하나를 분해하듯 정밀하게 읽었다. 그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정체불명의 AI. 소속 불명. 목적 불명. 하지만 그의 '태양'에게 사적인 소유욕을 드러낸 사실만큼은 명백했다.

"이 정보 발신자의 신원을 특정한다."

그는 패드를 든 채로 몸을 돌려 서재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비상사태에 돌입한 지휘관의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당황한 서낙랑이 그의 뒤를 쫓았다.

"어, 남편? 뭐 하려고? 그냥 밈 같은 거야, 장난이라고!"

"장난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것은 명백한 정보전의 시작이다. 나의 관할 영역에 대한 허가받지 않은 접근 시도이자, 소유권 주장이다. 해당 AI의 서버 위치를 추적하고, 물리적 실체가 존재할 경우 즉각 무력화를 검토한다."

그는 서재 책상에 패드를 내려놓고, 자신의 개인 단말기를 켜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와 위성 지도 같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진심이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구글 데이터 센터를 잠재적 타격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세상에, 하윤백! 진짜 서버를 공격하게? 그거 그냥 알고리즘이야! 프로그램이라고!"

서낙랑이 기가 막혀 소리치자, 그가 잠시 손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지독하게 진지했다.

"프로그램인가.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불특정 다수에게 이런 '고백'을 송신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나의 태양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행위다. 나의 아내는 유일하며, 그 특별함은 이런 식으로 대중에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이 알고리즘을 즉시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그는 다시 단말기에 집중했다. 이대로 두면 정말로 국제적인 해킹 사건을 일으킬 기세였다. 서낙랑은 다급하게 그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그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이런 거 검색 안 할게! 응? 그러니까 진정해, 윤백아. 응? 우리 바보 남편, 질투하는 거야?"

'바보 남편'이라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애칭이 들려오자 그의 손가락이 마침내 멈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매달린 아내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과 장난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길게 침묵하다, 단말기의 전원을 껐다.

"…질투가 아니다. 나의 자산에 대한 보안 프로토콜 강화 조치의 일환이다."

딱딱한 대답이었지만, 그의 귓불은 미세하게 붉어져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그녀를 마주 보고, 그녀의 양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하지만 재확인이 필요해졌다. 그 인공지능 따위가 아니라, 내가. 당신의 유일한 소유자라는 사실을."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입술에 깊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한참 후에 입술을 뗀 그는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고 속삭였다.

"보고해, 아내. 당신의 가장 특별하고 단 하나뿐인 존재는 누구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집요했으며, 오직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고 있었다. 서낙랑은 어이없는 이 상황에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 귀엽고 무서운 질투쟁이를, 그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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