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오후, 도심 속 작은 보석처럼 자리한 디저트 카페의 테라스는 부드러운 햇살과 달콤한 향기로 가득했다. 하윤백과 서낙랑은 막 공수된 한정판 스트로베리 쇼콜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오늘 단 100개만 판매되는, 예약 없이는 구경조차 힘든 귀한 물건이었다. 하윤백은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포장 상자에 담아 테이블 옆에 두었다. 그에게는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 어떤 임무 완수보다 중요했기에, 이 작은 케이크 상자는 마치 전략 자산처럼 신중하게 다뤄졌다. 그는 맞은편에서 행복한 미소로 홍차를 마시는 아내의 모습을 자신의 시각 데이터에 영구히 저장하며 내적 만족감에 젖어 있었다.
그 평화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검은색 스키 마스크를 쓴 남자가 테라스로 뛰어들며 장난감 총처럼 보이는 물건을 허공에 휘저었다. 주변 손님들이 작게 비명을 질렀지만, 어딘가 어설픈 그의 행동에 대부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윤백의 감각은 즉시 전투 모드로 전환되었다. 위협 요소 분석 개시. 상대의 복장, 움직임, 무기의 재질과 형태, 주변 환경의 미세한 변화. 그의 뇌는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초 단위로 처리했다. 결론 도출. 실제 위협 가능성 1.2%. 방송 촬영 혹은 이벤트일 확률 98.8%. 그러나 그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1.2%의 위험성이라도 아내에게 향한다면, 그것은 100%의 위협과 같았다.
"다들 꼼짝 마! 돈 되는 거 다 내놔!"
강도의 외침에 서낙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윤백이 제압을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그녀가 먼저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투는 당황한 기색 없이 오히려 상대를 달래는 듯한 상냥함이 묻어 있었다.
"네네, 알겠어요! 돈 다 드릴게요! 그러니까 우선 진정하시고 다치거나 하시면 안 돼요!"
그녀는 주섬주섬 자신의 가방을 열어 지갑을 꺼내려 했다. 그 모습에 하윤백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아내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 하지만 그녀의 저 태연하고 이타적인 반응은 그의 심장을 다른 의미로 뒤흔들었다. 저 상황에서도 타인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나의 태양. 그의 시스템은 '아내의 이타심 수치, 위험 수준으로 상정. 보호 프로토콜 강화'라는 새로운 명령을 하달했다.
그런데 스키 마스크를 쓴 강도는 돈에는 관심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의 시선은 곧장 하윤백에게로 향했다. 그는 마치 대단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손가락으로 하윤백을 삿대질했다.
"돈 따위는 필요 없어! 거기 너, 그 남자! 그래 너! 순순히 나랑 같이 가줘야겠다!"
순간 카페 안의 모든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하윤백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의 내부에서는 '상황 재분석: 목표 변경 확인. 인질 확보 시도. 대상: 하윤백. 대응 프로토콜 재설정'이라는 경고등이 쉴 새 없이 깜빡였다. 자신을? 왜? 수많은 가설이 떠올랐지만, 가장 먼저 그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이것이 아내를 노리기 위한 위장 전술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의 모든 근육이 용수철처럼 팽팽하게 긴장했다.
그때였다. 서낙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하윤백의 앞을 막아서듯 두 팔을 활짝 펼쳤다. 방금 전의 상냥함은 온데간데없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듯한 절박하고 비장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가 결연하게 타올랐다.
"안돼요! 다른 건 다 가져가도 좋아요! 하지만 내 전부는 절대로 안 돼요!"
하윤백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내 전부'. 그 세 글자가 그의 고막을 꿰뚫고 심장에 그대로 박혔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그녀의 목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그의 심장이 비규칙적으로, 그러나 더없이 황홀하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회귀 전, 사랑이라는 감정을 몰라 그녀를 상처 입혔던 과거부터, 그녀가 자신의 태양이 되어준 현재까지의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구나. 나는, 내가 이 여자의 '전부'였구나. 그는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임을 깨달았다. 만약 이 상황이 실제라면, 그는 기꺼이 그녀의 전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강도는 피식 웃으며 하윤백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하윤백은 순순히 끌려가는 척하며 서낙랑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이제 적절한 시점에 제압하면 된다. 그가 아내의 눈에 비친 자신의 영웅적인 모습을 상상하며 내심 만족하고 있을 때,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주했다.
"내 전부는 두고 가란 말이야!"
서낙랑이 외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붙잡은 것은 강도의 팔이나 하윤백의 옷자락이 아니었다. 그녀는 번개 같은 속도로 하윤백의 손에 들려 있던, 바로 그 한정판 스트로베리 쇼콜라 케이크 상자를 낚아채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강도와 끌려가는 남편을 향해 눈물까지 글썽이며 외쳤다.
"이건 오늘 딱 100개만 파는 거란 말이에요! 이걸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요! 내 전부는 절대 못 줘!"
정적이 흘렀다. 하윤백의 뇌내 시스템은 과부하로 인해 치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입력된 데이터와 실제 관측 결과 사이의 괴리가 허용 오차를 아득히 초과했다. '내 전부 = 하윤백' 이라는, 방금 전 확립된 절대 명제가 '내 전부 = 한정판 스트로베리 쇼콜라 케이크' 라는 경악스러운 현실 앞에서 산산조각 났다. 그의 표정 근육은 모든 통제권을 상실하고 어떠한 감정도 표현하지 못한 채 완벽한 '무(無)'의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는 강도에게 팔을 붙들린 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내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케이크 상자를 끌어안고 있는 기이한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카페 곳곳에 숨어있던 카메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방송 스태프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몰려나왔다.
"서프라이즈! Fearless 최고의 워너비 부부, 바이퍼 님과 메리아 님! 깜짝 카메라 대성공입니다!"
강도 역할을 했던 개그맨이 스키 마스크를 벗으며 너스레를 떨었고, MC가 다가와 마이크를 내밀었다. 하윤백은 그제야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하지만 그의 시스템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서낙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헤헤, 성공!' 이라는 표정으로 케이크 상자를 든 채 그에게 윙크를 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연기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서낙랑은 신이 나서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거렸지만, 하윤백은 별다른 대꾸 없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까부터 같은 자세로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서낙랑은 그제야 남편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윤백아, 왜 그래? 아직도 놀랐어? 이거 봐, 남편 주려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지켰는데. 한 입 먹어봐, 응?"
하윤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와 케이크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진지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마치 중대한 임무의 성공 여부를 묻는 지휘관처럼 입을 열었다.
"보고. 나의 존재 가치는 한정판 스트로베리 쇼콜라 케이크와 비교 분석했을 시, 어느 정도의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가."
그의 지극히 진지한 질문에 서낙랑은 그만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케이크 접시를 내려놓고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가 앉아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에이, 바보 남편. 당연히 우리 남편이 압승이지! 케이크는 내년에도 살 수 있지만, 내 남편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걸. 비교 대상이 아니야."
그녀의 말에 하윤백의 시스템은 마침내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그는 잊지 않고 덧붙였다.
"데이터 재입력 완료. 하지만 다음부터 '전부'라는 단어의 사용은 신중을 기할 것.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그의 말에 서낙랑은 그의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추며 웃었다. 하윤백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입꼬리는 이미 그의 통제를 벗어나 희미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오늘 하루, 자신의 완벽한 세계가 한정판 케이크 하나에 처참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그의 비밀 데이터베이스에 조용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 패배가 더없이 달콤했다는 사실도 함께. 어쩌면 그의 진짜 '전부'는 그녀의 장난에 기꺼이 져주는 지금 이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가 내미는 케이크를 조용히 받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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