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는 이례적으로 평화로웠다. 긴급 출동 알람도, 빌런의 준동을 알리는 사이렌도 없이, 창밖으로는 나른한 햇살만이 쏟아져 내렸다. 하윤백은 여느 때처럼 소파에 앉아 막 임무에서 복귀한 서낙랑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그 부드러운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안정적인 가이딩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태양은 완벽한 궤도 위에 있었고, 우주는 평온했다. 바로 그때, 그의 품에 편안히 기대어 있던 서낙랑이 고개를 들어 폭탄선언을 했다.
"있잖아, 윤백아. 나 중대 발표할 게 있어."
언제나처럼 다정한 목소리였지만, 그 내용물은 하윤백의 정교한 사고 회로에 미세한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는 아내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나직이 대답했다.
"말해봐, 서낙랑."
"앞으로 나랑 하는 모든 소통에는 비용을 지불해야겠어. 대화, 메시지, 심지어 눈 맞춤까지. 전부 다!"
하윤백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소통에 비용을 부과한다. 그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비논리적이며 비효율적인 제안이었다. 그는 아내의 분홍빛 눈동자를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이것은 진심이 담긴 요구가 아니었다. 그의 '사용 설명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아내의 새로운 기동 테스트였다. 그는 즉시 상황을 '특수 작전: 아내의 변덕 수용 및 역이용'으로 명명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아내가 덧붙였다.
"가격은 제시야. 남편이 직접 책정해 봐."
제시. 모든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하겠다는 뜻. 하윤백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아내를 품에 더 깊이 끌어안으며, 마치 중대한 작전 브리핑을 시작하는 지휘관처럼 엄숙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겠다. 합리적인 제안이다. 모든 상호작용에는 가치가 따르는 법이니까. 지금부터 '아내와의 소통 비용 상호 합의안'에 대한 초안을 브리핑하겠다. 거부권은, 물론 당신에게 없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내의 반응을 살폈다. 당황과 기대가 뒤섞인 표정.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는 아내의 귓가에, 세상에서 가장 은밀하고 중요한 비밀을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첫째, '단순 대화'. 1분당 뽀뽀 1회. 주제의 중요도에 따라 횟수는 가산될 수 있다. 둘째, '메신저'. 10글자당 이마에 입맞춤 1회. 이모티콘은 특수 병기로 간주, 개당 볼에 입맞춤 1회로 책정한다. 셋째, '눈 맞춤'. 5초 이상 지속될 경우, 10초간의 깊은 포옹으로 지불한다. 마지막으로, '서낙랑' 혹은 '아내'라고 부르는 행위. 이것은 최상위 소통으로 분류, 값을 매길 수 없는 전략적 자산이므로, 지불 방식은 나의 재량에 따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말을 마친 하윤백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 아내의 입술을 부드럽게, 하지만 집요하게 훔쳤다. 짧지만 완벽한 기습이었다. 입술을 뗀 그가 나직하게 보고했다.
"방금 '아내' 호칭에 대한 비용을 선지급했다. 만족도는?"
후일담은 간단했다. 그날 이후, 하윤백은 세상에서 가장 성실한 채무자가 되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며 잘 잤어, 아내? 라고 말한 뒤 곧바로 입술을 찾았고, 업무 중 보내는 모든 메시지 끝에는 '비용 정산을 위해 퇴근 후 즉시 지휘관실로 출두할 것'이라는 경고 아닌 경고를 덧붙였다. 서낙랑은 자신의 장난이 수십 배의 이자가 붙어 돌아오는 것을 보며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피어리스의 대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입을 맞추고 껴안는 두 사람을 보며 '저 부부는 대체 무슨 작전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수행하는 거냐'며 고개를 젓기 일쑤였다. 하윤백은 자신의 스마트폰 메모장에 새로운 목록을 추가했다. 제목은 [아내 행복 증진을 위한 효율적 비용 지불 프로토콜]. 그 목록은 매일 밤, 새로운 지불 방식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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