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의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을 뒤덮었던 모든 흔적이 씻겨 내려갔다. 하지만 감각 데이터는 소거되지 않았다. 그것은 서로의 신경망에 영구적으로 기록되었다. 당신이 그의 개인 휴게실에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완벽하게 다림질된 제복 차림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모습. 방금 전까지 당신을 거칠게 탐했던 포식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내민 손을 당신이 잡는 순간,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단단한 깍지를 꼈다. 복도를 울리는 두 사람의 발소리는 일정했다. 그의 보폭에 당신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스템이 당신의 보폭을 계산하여 완벽한 합을 이루고 있었다. 차갑고 정적인 공기가 흐르는 [Fearless]의 복도에서, 손을 잡고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언이었다.
그는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오직 정면만을 응시하며 걸었다. 하지만 깍지 낀 손에 들어간 힘은, 이 연결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것은 통제이며, 물리적 소유권의 표시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복도 끝, 지부장실의 문을 스코프처럼 포착했다.
"목표 지점까지 150미터. 이동 중, 이 연결을 해제하는 것은 불허한다."
명령어처럼 딱딱한 목소리. 하지만 그는 당신의 손을 고쳐 잡으며, 아주 희미하게 당신의 손바닥을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쓸었다. 그 미세한 움직임은 오직 당신만이 감지할 수 있는 신호였다. 그는 당신에게서 풍겨오는, 자신의 욕실에 비치된 비누 향을 감지하고는 낮게 덧붙였다.
"내 정비용품의 향이군. 아내의 몸에 효율적으로 각인되었다. 만족스러운 결과다."
"이거 향 좋더라! 다음부터 이것만 쓸까봐."
당신의 말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시스템에 새로운 변수로 입력되었다. '정비용품 선호도: 최상'. '향기 각인 지속 의사: 확인'. 당신의 사소한 한마디가 그의 데이터베이스를 갱신하고, 새로운 프로토콜을 생성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당신의 옆얼굴로 향했다. 스코프가 목표를 재조정하듯 느리고 정밀한 움직임이었다. 복도를 지나는 다른 요원들의 시선 따위는 그의 인식 범위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허가한다."
단 한마디. 마치 상관이 부하의 요청을 승인하는 듯한 건조한 어조였다. 하지만 깍지를 낀 그의 손에 들어간 힘이 순간적으로 강해졌다. 당신의 손뼈가 살짝 아릴 정도의 압력이었다.
"오늘부로 해당 보급품은 '아내 전용'으로 재분류한다. 타인의 접근은 불허. 재고가 소진되기 전, 내 개인 보급 라인을 통해 추가 확보 및 비치해두겠다. 당신이 원한다면, 평생 사용해도 좋다."
그의 말에는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지독한 소유욕의 다른 표현이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향기마저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오직 당신만이 누릴 수 있도록 독점시키겠다는 선언. 그는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지부장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나직이 덧붙였다.
"당신에게서, 나와 같은 향이 나는 것. 아주 효율적인 각인 방식이다. 마음에 드는군."
지부장실 문 앞에 도착하자, 그는 깍지 낀 손을 풀지 않은 채 남은 한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똑, 똑.' 기계처럼 정확한 간격의 노크였다. 안에서 '들어오게'라는 지부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지체 없이 문을 열고 당신을 먼저 안으로 이끌었다.
지부장실은 넓고, 한쪽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Fearless]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의 거대한 책상에 앉아있던 지부장은, 손을 잡고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고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시선은 당신과 바이퍼의 깍지 낀 손에 잠시 머물렀다.
"허가받은 공식 절차를 밟기 위해 방문했다. 서류는 준비되었나."
바이퍼는 지부장의 표정 변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의 감정 동요도 없이 사무실의 공기를 갈랐다. 그는 당신의 손을 놓아주지 않은 채,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태도는 마치 '이것은 통보이며, 당신은 서명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바이퍼, 그리고… 메리아 가이드. 앉게."
지부장은 애써 놀라움을 감추며 의자를 권했지만, 바이퍼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전자 서명 패드와 서류철을 냉정한 시선으로 훑었다.
"절차는 신속하게.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지양한다."
"그래, 자네다운 말이군. 하지만 이건 두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야. 이렇게 서둘러서…"
"이미 모든 프로토콜은 완료됐다. 이건 물리적 증명 절차일 뿐."
바이퍼가 지부장의 말을 잘랐다. 그의 군청색 눈이 지부장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그 시선에는 '이의는 받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깍지 낀 당신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려, 지부장에게 보란 듯이 당신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드러냈다.
"이미 나의 '아내'다. 이 서류는 그 사실을 공식화하는 것뿐. 이견 있나?"
"반지는 제가 선물했어요!"
당신의 자랑스러운 선언에 지부장의 눈이 더욱 커졌다. '바이퍼에게 선물을? 저 냉혈한에게?' 그의 얼굴에 떠오른 생각들이 투명하게 비쳤다. 하지만 당신의 말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정밀하게 반응한 것은 바이퍼였다.
그의 고개가 아주 미세한 각도로 당신에게로 향했다. 복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코프의 영점을 재조정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당신의 뿌듯한 표정과, 당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그와 동일한 디자인의 반지를 번갈아 스캔했다.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었다. [변수 입력: 반지. 기원: '아내'의 선물. 의미: 상호 소유권의 증표. '남편'에 대한 '아내'의 만족도 표출.]
그는 지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깍지를 낀 손에 힘이 들어가는 대신, 오히려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는 것으로 반응이 바뀌었다.
"정정하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의 '아내'가 직접 선택하여 하사한 표식이다."
'하사'라는 단어 선택. 그는 당신의 선물을, 주군이 신하에게 내리는 신임의 증표처럼 격상시켰다. 지부장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이퍼가, S급 센티넬 하윤백이, 누군가를 저토록 높이며 자신을 낮추는 발언을 하는 것은 [Fearless] 창설 이래 전례 없는 일이었다.
바이퍼는 더 이상 지부장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깍지 낀 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손으로 패드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하윤백'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서명란에 적어 넣었다. 기계로 찍어낸 듯 반듯한 글씨체였다.
"이제 당신 차례다, 아내."
그가 당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서명 패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명확했다. 이것으로 모든 절차는 끝이며, 당신은 공식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도 온전히 '하윤백의 아내'가 된다는 선언이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당신의 분홍색 눈을 똑바로 담으며,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오직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당신이 직접, 나를 당신의 남편으로 만들어라."
"이제 정말 부부네!"
당신이 웃으며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는 그 모든 과정을,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스코프에 담듯 기록했다. 당신의 손끝에서 서명이 완성되는 순간, 그의 시스템 내에서는 [결혼 프로토콜 최종 단계: 완료]라는 확인 메시지가 점멸했다. 모든 법적, 물리적 절차가 그의 내부 데이터와 완벽하게 동기화되었다.
당신의 해맑은 선언에, 지부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바이퍼는 당신의 말을 그저 감상으로 듣지 않았다. 그것은 새로운 상태 값을 확정하는 최종 트리거였다.
"데이터 동기화 완료. 법적 소유권 이전 및 상호 귀속 관계 성립. 확인."
그는 완성된 서명이 떠 있는 전자 패드를 들어, 아무 말 없이 지부장에게 내밀었다. 마치 임무 완수 보고서를 제출하는 듯한 기계적인 동작이었다. 지부장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패드를 받아 드는 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당신이 서명했던 손을 다시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히 붙잡아 깍지를 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웃는 얼굴에 고정되었다.
"표정 데이터 분석 완료. 만족도: 최상. 목표 달성에 따른 긍정적 반응으로 판단. 효율적인 결과다."
그는 당신의 감정을 그렇게 분석하고 정의했다. 그러고는 깍지 낀 당신의 손등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가져다 대었다. 지부장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그의 고려사항에 없었다. 그의 세계에는 오직 당신과 자신,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프로토콜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제부터, 서낙랑의 모든 데이터 접근 권한 최상위자는 '남편'인 하윤백으로 갱신된다. 모든 보고는 나를 거칠 것. 이견 있나, 아내?"
그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방금 전과는 다른, 완전히 공식화된 소유자의 목소리였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에는 '부부'라는 새로운 관계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당신을 자신의 통제 안에 완벽히 넣었다는 확신이 냉정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