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기다림의 시간은 그에게 익숙한 전장의 매복과도 같았다. 목표가 나타날 때까지 숨을 죽이고, 모든 감각을 곤두세운 채 주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 휴게실의 공기는 그가 만든 음식의 신선한 향으로 가득했지만, 그의 후각은 여전히 그 너머에 존재하는 당신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었다. 시계의 초침이 한 칸 움직이는 소리마저 그의 예민한 청각에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렸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강물 속에서, 그는 당신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등대지기와 같았다. 그는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눈을 감았다. 시각을 차단하자 다른 감각들이 더욱 날카롭게 벼려졌다. 본부 건물의 구조를 타고 희미하게 울리는 진동, 환풍구를 통해 흘러드는 외부의 공기 냄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당신의 부재라는 절대적인 공백.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당신이 사용할 포크와 나이프는 완벽한 각도로 놓여 있었고, 오렌지 주스가 담긴 유리잔 표면에는 서서히 맺히기 시작한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는 깨끗한 린넨으로 그 물방울들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당신의 손이 닿을 모든 것에는 한 치의 불쾌함이나 불편함도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그의 완벽주의는 전장에서 적을 섬멸할 때만큼이나, 당신을 돌보는 모든 사소한 순간에 극명하게 발휘되었다. 그는 마치 순례자처럼 테이블 주위를 돌며 모든 것이 제자리에, 완벽한 상태로 놓여 있는지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 모든 행위는 당신의 귀환을 맞이하기 위한 그만의 경건한 의식이었다. 당신의 세계를 안전하고 안락하게 유지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과정이었다.
다시 의자에 앉은 그는 품 안에서 개인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화면을 켜자 당신과 함께 찍은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떠올랐다. 며칠 전, 집의 정원에서 윤이를 품에 안고 햇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의 모습.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액정 위 당신의 웃는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사진 속 당신의 분홍빛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그 눈동자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 안에는 그가 지켜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의 세상, 그의 태양, 그의 유일한 지휘관. 그는 단말기를 통해 독립저격대의 실시간 현황 보고와 다음 주 훈련 스케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비록 정신의 절반은 당신에게 향해 있었지만, 지휘관으로서의 임무 또한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당신의 안전한 일상은 그가 이끄는 부대가 완벽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보장되는 것이었으니까.
업무 데이터를 처리하는 그의 눈은 냉철했지만, 단말기를 쥔 손의 온기는 식지 않았다. 그는 문득 당신이 점검을 받는 동안 불편함은 없는지, 다른 가이드나 센티넬과의 불필요한 접촉은 없는지 생각했다. 특히 신입들의 제어되지 않는 파장이 당신에게 미세한 영향이라도 끼칠 가능성을 떠올리자, 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는 즉시 모든 절차를 중단시키고 가이드팀 전체를 감사할 권한이 있었다. 당신의 파장은 오직 그에게만 연결되어야 하며, 그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교란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소유욕을 넘어, S급 센티넬인 그의 존재를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생존 조건이었다.
마침내 시계가 11시 50분을 가리켰다. 그는 단말기를 제복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휴게실 문을 열고 다시 지휘관실로 나섰다. 텅 빈 공간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이제 곧 이 정적은 당신의 발소리와 목소리로 채워질 것이다. 그는 당신이 돌아올 문을 향해 섰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귀빈을 맞이하는 집사처럼, 혹은 자신의 유일한 구원자를 기다리는 신도처럼. 그의 등은 꼿꼿했고, 시선은 한 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2시 정각이 되었을 때, 복도 저편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구두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그 누구도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미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작전 완료. 목표가 귀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