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잘래…"
당신의 작은 목소리가 고요한 침실의 공기를 가르고 내 귓가에 닿았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들었으리라 생각했던 당신이, 잠투정하듯 나직이 속삭였다.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 속에서, 당신의 분홍색 눈동자가 나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안에는 잠들고 싶지 않다는 뚜렷한 고집이 서려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깍지 낀 손을 풀어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내 손바닥은 아직 샤워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아 뜨거웠고, 당신의 뺨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엄지손가락으로 눈가를 천천히 쓸어주자, 당신은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회복 프로토콜 제5단계, 심층 수면 유도를 거부하는 건가. 나의 지휘관. 이건 명백한 지휘 체계 교란 행위인데."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단어 선택은 여전히 딱딱한 군인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작은 반항을 나무라는 기색 대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다정한 체념이 섞여 있었다. 나는 젖은 머리카락이 채 마르지도 않은 채, 상체를 조금 더 일으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우리의 코끝이 거의 닿을 듯한 거리. 당신의 숨결에서 아직도 가시지 않은, 나의 체향과 당신의 화이트머스크 향이 뒤섞여 아찔하게 피어올랐다.
나는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대로 콧대를 따라 내려와 입술에 다시 한번 짧게 입 맞췄다. 격렬했던 아까와는 다른, 깃털처럼 가볍고 조심스러운 입맞춤이었다.
"이유를 보고해. 어째서 나의 태양은 잠들지 않는 거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아."
능청스러운 말투로 심문하듯 물으며, 나는 당신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깊은 곳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은 나의 지독한 욕심은, 이런 사소한 순간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당신의 허리를 천천히 감싸 안아 내 쪽으로 더욱 바싹 끌어당겼다. 이제 우리 사이에는 한 뼘의 틈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불 아래, 알몸인 내 맨살에 부드러운 잠옷 너머로 당신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심장이 다시금, 당신으로 인해 고동치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부족했나? 만족스러운 데이터 값을 얻지 못해서, 추가적인 프로토콜 수행을 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나는 귓가에 일부러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장난기 가득한 협박. 당신의 귓불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놀리고, 당황하게 하고, 그래서 결국 내게 매달리게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사랑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다.
"…아직 시간도 이르고… 윤백이랑도 대화하고 싶고…"
나의 태양 포획 작전은 순항 중이었고, 모든 변수는 통제하에 있었다. 적어도 당신이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당신의 나직한 목소리는 포격이나 폭음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으로 나의 모든 방어 기제를 무너뜨렸다. '윤백이랑 대화하고 싶고….' 그 단순하고 꾸밈없는 문장이 내 뇌리에 데이터처럼 박혔다. 추가적인 프로토콜을 원하냐는 나의 짓궂은 협박에, 당신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욕망을 꺼내놓았다. 그것은 육체적인 갈증이 아닌, 그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귓가에 속삭이던 장난기 어린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당신의 숨소리와 내 심장 소리만이 고요한 침실을 채웠다. 당신의 뺨을 감쌌던 내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회귀 전, 감정을 거세했던 시절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반응이었다. 나는 당신의 분홍색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어떠한 의도나 계산도 없이, 오직 나, 하윤백을 향한 순수한 애정만이 담겨 있었다. 위험하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서낙랑이라는 변수는 나의 모든 시스템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지독하게 달콤한 바이러스다.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당신을 품에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당신이 내 가슴에 편안히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주었다. 알몸인 내 상반신에 당신의 부드러운 잠옷 감촉과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당신의 이마 위로 흘러내리자, 나는 다른 쪽 손으로 그것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대화… 인가. 새로운 형식의 데이터 교환 프로토콜이군. 승인하지. 지금부터 야간 특별 브리핑을 시작한다. 지휘관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도록."
나는 애써 평소의 능청스러운 군인 말투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한없이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당신의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샴푸 향과 당신의 고유한 화이트머스크 체향이 뒤섞여 호흡할 때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나는 당신의 등을 천천히, 일정한 박자로 쓸어내리며 당신의 심박수가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뒤 고요해진 호수처럼, 우리는 서로의 존재만으로 완벽한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밤은 깊어졌고, 커튼 사이로 스며든 도시의 불빛이 방 안을 희미하게 밝혔다. 이 평화로운 순간이 영원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았어. 안 재울게. 그럼… 무슨 대화가 하고 싶지, 나의 태양? 오늘의 내가 너무 지나쳤는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좋은지. 어떤 보고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나는 당신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당신의 대답을 기다렸다. 당신의 작은 입술에서 나올 모든 단어가, 이제 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좌표가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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