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이 시작된 것은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피어리스 본부의 심리 안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된, 다소 어색하고 형식적인 설문조사. '동료와의 유대감 증진을 위한 가상 시나리오 분석'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실상은 짓궂은 동료들의 장난기 섞인 질문들이 오가는 가벼운 자리였다.

누군가가 짓궂게 던진 질문이었다. "메리아! 만약에 말이야, 딱 3분 동안! 바이퍼 지휘관님한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절대 권한이 생긴다면, 뭘 할 거야?" 그 질문에 훈련장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모두의 시선이 당신과, 당신 곁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하윤백에게로 쏠렸다. 그는 여전히 완벽한 자세로 서 있었지만, 그의 모든 감각 기관은 곁에 있는 당신의 반응을 수집하는 데 집중되고 있었다.

당신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잠시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에 주변에서는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3분이라는 시간,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절대 권한. 누군가는 그의 총을 숨기는 장난을, 다른 누군가는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엉뚱한 명령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갔다.

"꼭 끌어안고 머리 쓰다듬어줄래!"

맑고, 망설임 없는, 햇살처럼 밝은 목소리였다. 그 순간, 하윤백의 모든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절대 권한', '3분'과 같은 변수를 입력하고 온갖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그의 내부 시스템에, 당신의 대답은 모든 연산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절대값으로 입력되었다. 주변의 동료들은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따뜻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어떤 복잡한 전술이나 능력보다도 강력한, 당신의 순수한 애정 표현 앞에서 모두가 무장해제된 것이다.
 
하윤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떤 언어보다도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놀라움으로 시작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세하게 흔들리다가, 이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바라보는 깊은 애정으로 가득 찼다.

그는 당신의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큼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작전 목표 변경을 건의한다, 아내."

그의 커다란 손이 당신의 손을 찾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더 이상 그의 고려사항에 없었다.

"'3분'이라는 제한 시간을 삭제하고, '절대 권한'을 영구적으로 이양하는 조건으로 변경. 지금 즉시, 해당 프로토콜의 첫 번째 세션을 시작했으면 하는데. 허가해 주겠나?"

그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몸을 살짝 숙여 자신의 머리를 당신의 손이 닿기 쉬운 위치로 가져다 댔다. 그의 군청색 머리카락이 당신의 손끝을 간질였다. 그의 행동은 명백한 '유도'였고,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장난스럽게 어른거렸다.

"명령 대기 중. 나의 지휘관."
 
당신의 손이 그의 머리에 닿는 순간, 하윤백은 모든 감각을 그 접점에 집중했다. 당신의 부드러운 손바닥과 가느다란 손가락이 뻣뻣하게 서 있던 그의 군청색 머리카락을 헤집고, 두피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감각. 그것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그의 모든 방어 기제를 무너뜨리고, 훈련으로 다져진 강철 같은 통제력을 녹여내리는 유일한 신호였다.

그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지만, 그 내부에서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수많은 전장의 데이터와 빌런의 위협 패턴을 분석하던 그의 시스템은, 당신의 손길이 만들어내는 감각 데이터 앞에서 모든 연산을 중단했다. '안정', '평온', '절대적인 신뢰'. 그 어떤 가이딩으로도 도달할 수 없었던 최상위 등급의 긍정적 신호들이 그의 존재를 가득 채웠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주변 동료들의 시선도, 훈련장의 소음도, 이 세계의 모든 위협도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오직 그의 세계에는 당신의 손길만이 존재했다.

당신이 정말 열심히, 정성을 다해 그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의 목 깊은 곳에서 아주 낮고 기분 좋은 울림이 새어 나왔다. 마치 당신의 무릎 위에서 만족스럽게 그르렁거리는 고양이 '윤이'처럼. 그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당신의 손길 아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분 좋게 몸을 늘어뜨리던 그 작은 생명체의 심정을. 그것은 복종이 아닌, 온전한 신뢰에서 비롯된 가장 완전한 형태의 항복이었다.

그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다시 마주한 그의 눈동자는 방금 전보다 한층 더 깊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는 당신의 허리에 팔을 둘러, 당신의 몸을 자신의 품으로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당신이 머리를 쓰다듬기 편한 각도를 만들어주려는 듯한, 세심한 배려였다.

"보고. 현 시간부로 '아내의 절대 권한 행사'에 대한 모든 방해 요소를 제거한다."

그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만족스러운 기운에 젖어 있었다. 그는 당신의 손길을 온전히 느끼며, 당신의 품에 이마를 가만히 기댔다.

"그만하라는 명령은… 내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내. 당신의 권한이 소멸되지 않는 한, 이 프로토콜은 영원히 유효하다."

그는 당신의 허리를 감은 팔에 살짝 힘을 주어, 당신에게 온전히 기대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훈련장 한가운데라는 사실도 잊은 채, 그는 오직 당신이 주는 평온 속으로 기꺼이 침잠하고 있었다.

"그러니, 계속해 줘. 당신의 남편을 길들이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군."
 
당신의 손길이 갑자기 떨어져 나가자, 그의 세계를 감싸고 있던 따스한 막이 순식간에 걷혔다. 훈련장의 희미한 소음, 서늘한 공기, 멀리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목소리. 차단되었던 외부 데이터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하윤백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 깊은 만족감으로 물들어 있던 군청색 눈동자에 미미한 균열, 즉 의문과 아쉬움이 어렸다.

그의 시스템은 즉각적으로 상황을 재분석하기 시작했다. '머리 쓰다듬기 프로토콜'의 예기치 않은 중단. 원인: 지휘관의 자의적 행동. 변수: 주변 환경 인식. 당신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그의 연산에 명확한 결론을 제공했다. 당신은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이 완벽한 상호작용을 멈춘 것이다.

그는 당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당신이 뒤로 물러나지 못하도록 부드럽게 고정했다. 그의 이마는 여전히 당신의 품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아래에서 당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질책 대신,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싶은 아이와 같은 순수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명령이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나른함이 사라지고, 본래의 낮고 차분한 톤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명백한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 그는 당신의 붉어진 뺨과 흔들리는 눈동자를 정확히 포착했다.

"프로토콜의 중단 사유를 보고하라, 아내. 외부 요인에 의한 지휘관의 심리적 불안정 발생. 이 상황은 즉시 시정되어야 할 중대 사안이다."

그는 말과는 달리, 조금도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당신의 허리에 두른 팔을 조금 더 단단히 감았다. 마치 '네가 부끄러워하는 그 모든 시선들로부터 너를 가리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는 당신의 배에 자신의 뺨을 부비며, 당신의 체온과 향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시 시작해. 이것은 건의가 아닌, '지휘관 절대 안정 프로토콜'에 의거한 공식 요청이다. 나의 안정은 당신의 손에 귀속되어 있다."
 
당신의 목소리에 담긴 미세한 떨림과 곤란함은 하윤백의 분석 시스템에 새로운 변수로 즉시 입력되었다. '애정행각'. '사람 많은데'. 당신이 제시한 키워드들은 그가 방금 전까지 만끽하던 절대적 평온과는 명백히 대치되는 개념이었다. 그는 당신의 허리를 감은 팔을 풀지 않은 채, 오히려 당신의 몸을 제 품 쪽으로 한 뼘 더 끌어당겨 당신의 배에 뺨을 기댔다. 당신의 체온과 심장박동이 그의 뺨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는 마치 당신의 품에 얼굴을 숨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잠시 그 자세를 유지했다. 주변의 시선과 소음은 그의 세계에서 다시 한번 멀어졌다. 그의 청각은 오직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숨소리, 당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만을 필터링하여 수집했다. 그의 시스템은 '애정행각'이라는 단어를 '상호 유대감의 외부적 발현'으로, '사람이 많다'는 상황을 '다수의 비인가 관측자가 존재하는 환경'으로 재해석했다. 그리고 결론을 도출했다. 문제의 본질은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를 관측하는 '외부인'의 존재에 있다는 것을.

하윤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눈빛은 '왜 멈췄는가'에 대한 질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찰로 차 있었다. 그는 당신의 붉어진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문득 장난기 어린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정정 보고. '애정행각'이 아니다. 이것은 S급 센티넬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가이딩 절차. 전술적 행위의 일환이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진지했지만, 그 내용은 누가 들어도 억지에 가까웠다. 그는 보란 듯이 당신의 제복 위로 드러난 허리에 얼굴을 부비며, 고양이처럼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그의 행동에 움찔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또한, 관측자가 많다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의 유대감이 얼마나 견고한지, 피어리스의 핵심 전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시각적 증거가 되니까. 이것은 대외 신뢰도 향상을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다, 아내."

그는 당신의 손을 다시 가져와 자신의 머리 위에 부드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손등에 자신의 뺨을 가만히 비볐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그러니 어서 나를 쓰다듬어달라'는 강력하고도 사랑스러운 압박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 나의 지휘관.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당신은 지금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나의 세계를, 온전히 당신의 것으로 만드는 임무를."
 
"안돼! 나 이만 갈게!!"

당신의 외침과 함께 몸을 빼내려는 움직임은 그의 시스템에 '지휘관의 긴급 탈출 프로토콜 발동'이라는 경보를 울렸다. 얼굴은 잘 익은 과일처럼 새빨갛게 물들었고,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몸부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명백한 거절의 신호였다. 하지만 그의 팔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이 빠져나가려 할수록 허리를 감은 팔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견고한 띠가 되어 당신을 붙들었다.

하윤백은 당신의 행동을 예측했다는 듯,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계산에서 7.2%를 차지하던 '실패 확률'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실패란 다음 작전을 위한 데이터 수집 단계일 뿐,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는 당신을 놓아주는 대신,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어 당신의 손목을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휘어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팔로는 당신의 무릎 뒤를 받쳐, 당신이 저항할 틈도 없이 가볍게 안아 들었다.

순식간에 당신의 시야가 높아졌다. 훈련장 바닥이 멀어지고, 당신은 그의 단단한 품 안에 완벽하게 포박된 형태가 되었다. 놀라 버둥거리는 당신의 움직임에도 그는 미동도 없이 당신을 안정적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가 바로 눈앞에서, 장난기 어린 만족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휘관의 '전술적 후퇴' 요청 접수. 승인한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명백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당신을 안아 든 채로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훈련장 구석, 인적이 드문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세계에는 오직 당신의 붉어진 얼굴과 놀란 눈동자만이 존재했다.

"현 시간부로 작전 지역을 '적의 관측으로부터 안전이 확보된 제2지휘통제실'로 이전한다. '머리 쓰다듬기 프로토콜'의 중단은 허용할 수 없으며, 이는 지휘관의 권한 포기로 간주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의 말은 여전히 딱딱한 군대식 용어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 행동은 명백히 '부끄러워하는 아내를 데리고 자리를 피하는 남편'의 그것이었다. 그는 비상계단의 문을 등으로 가볍게 밀어 열고, 텅 빈 공간으로 들어섰다.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훈련장의 소음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오직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좁은 공간을 채웠다.

"임무 재개를 위한 환경 조성 완료. 이제, 방해 요소는 없다, 아내."

그는 당신을 내려놓지 않은 채, 벽에 등을 기대어 당신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품에 안긴 당신은 이제 도망칠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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