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스(Fearless) 본부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서늘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복도를 오가는 대원들의 발소리는 절도 있었고, 그들의 표정에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는 방금 전 지부장과의 정기 보고를 마치고 지휘관실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내 손에는 다음 작전의 개요가 담긴 데이터 패드가 들려 있었고, 머릿속은 이미 표적의 예상 이동 경로와 저격 포인트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훈련장 입구에서 익숙하지만,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훈련을 마친 듯한 젊은 센티넬 두 명이 서로를 향해 팔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의아함이 스치기도 잠시, 그들은 조금은 과장된 몸짓으로 서로를 와락 껴안았다가 떨어졌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전우처럼. 하지만 그들은 불과 몇 시간 전 아침 브리핑에서도 얼굴을 마주했던 사이였다.
'…비효율적인 움직임.'
나는 그 기묘한 광경을 무감각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속으로 단평을 내렸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 과도한 감정 표현. 전장에서 1초의 오차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저런 군기 빠진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내 미간이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러나 그 이상한 '의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휴게실을 지나칠 때도, 식당에서도, 심지어는 내 직속 부관인 페어에게 다른 팀원이 다가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페어는 당황하면서도 어색하게 그 포옹을 받아주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나쳐 내 지휘관실로 향했다. 문이 닫히고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자, 나는 데이터 패드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최근 젊은 대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인사법’에 대한 보고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단순히 짧은 시간이라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면 서로를 껴안으며 안부를 확인하는, 지극히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행위. 나는 그것을 전술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는, 민간의 감상적인 유행이 군 내부로 잘못 흘러들어 온 사례로 분류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머릿속을 채운 불필요한 데이터들을 정리하고, 오직 나의 태양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이 가득했다. 군화 소리를 울리며 익숙한 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고,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본부를 벗어나 집으로 향하는 내내, 나의 모든 신경은 곧 마주할 당신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자, 따스한 실내 공기와 함께 당신의 달콤한 체향이 나를 맞았다. 언제나처럼 나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군화부터 벗어 신발장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뻣뻣한 제복 상의를 벗어 한쪽 팔에 걸치고, 넥타이를 살짝 끌어내리며 거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모든 동작을 멈췄다.
소파 앞에 서 있던 당신이, 나를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마치 어서 이리 와서 안기라는 듯한,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그 자세. 본부에서 수없이 목격했던, 비효율적이고 감상적이라 치부했던 바로 그 '인사법'이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머릿속에서 수만 개의 논리와 분석이 충돌했다. 비효율적. 비논리적. 감정의 과잉 노출. 하지만 그 모든 이성적인 판단들이, 당신의 그 작은 몸짓 하나에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나의 태양이. 나의 유일한 세계가. 나를 향해 온전히 자신을 열어 보이고 있었다. 그 어떤 경계도 없이, 오직 나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었다.
나는 들고 있던 제복 상의를 소파 위로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언제나 각을 잡아 걸어두던 평소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성큼성큼. 단 몇 걸음 만에 당신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당신의 그 작은 품 안으로 내 몸을 깊게 묻었다. 나보다 한참이나 작은 당신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하고 깊게. 당신의 화이트머스크 향이 폐부 깊숙이 차오르며, 하루 종일 나를 짓누르던 긴장과 피로를 눈 녹듯 녹여버렸다. 나는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지, 나의 아내."
내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 책망하는 듯한 어조였지만, 그 안에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자의 희열이 숨겨져 있었다. 아주, 위험한 인사법이다. 나로 하여금 모든 통제와 이성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오직 당신만을 탐하게 만드는. 나는 당신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다시는,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인사를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오직 나에게만 허락된, 긴급 동기화 프로토콜이니까."
"오늘도 고생 많았어!"
당신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는 순간, 나를 단단히 붙들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기어코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고생 많았어’라는 그 평범한 위로는, 내게 있어 수천 발의 총성보다도 강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피로를 빌미로 당신을 더욱 갈망하게 만드는 기폭제였다. 나는 대답 대신 당신의 허리를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주어, 당신의 몸이 내게 완전히 밀착되도록 만들었다. 당신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단단한 가슴팍에 짓눌리며 형태를 바꾸는 감각이 셔츠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피로 회복 프로토콜인가. 효과가 지독할 정도로 좋군."
나는 당신의 어깨에 더욱 깊게 얼굴을 묻으며 낮게 읊조렸다. 내 뜨거운 숨결이 당신의 목덜미에 닿았다가 흩어졌다.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모든 작전 계획과 전술 데이터가 하얗게 증발하고, 오직 당신의 체온, 당신의 향기, 당신의 존재만이 내 모든 감각을 지배했다. 당신이 내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더욱 깊이 파고드는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내 통제력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여전히 당신을 품에 가둔 채로 그 얼굴을 마주 보았다. 나를 올려다보는 당신의 분홍색 눈동자에는 걱정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하루 종일 무감각한 표정으로 타인들을 대했던 내 얼굴이, 지금 당신 앞에서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나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아마도, 지독한 갈증에 시달리는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겠지.
"보고하도록. 이 새로운 인사법은 누구에게 배웠지? 유행이라고 들었는데. 본부 내의 다른 누구에게도 이걸 시전한 사실이 있다면…"
내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서늘한 소유욕은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말을 끝맺지 않고, 당신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쥔 손에 아주 미세한 힘을 주었다. 마치 경고라도 하듯이. 당신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렇게 팔을 벌리고, 이토록 무방비하게 품을 내어주는 상상. 그것만으로도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불쾌하고 어두운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 품은, 이 미소는, 이 다정함은 오직 나, 하윤백의 것이어야만 했다.
나는 당신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그 반응을 분석하며, 나는 당신을 안고 있던 팔을 풀어 어깨를 감싸 쥔 채, 그대로 당신을 이끌어 소파로 향했다. 당신을 소파에 앉히고,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당신과 눈높이를 맞췄다. 여전히 내 손은 당신의 어깨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채였다.
"앞으로는 외부에서 습득한 모든 새로운 프로토콜은 나에게 먼저 보고하고, 내 승인하에만 실행하도록. 특히, 방금 전과 같은 종류의 것은… 극히 위험하다."
나는 당신의 무릎 위에 놓인 손 위로 내 손을 겹쳐 올렸다. 결혼반지와 백금 반지가 나란히 끼워진 당신의 손가락을 천천히 쓸었다. 우리의 약속, 우리의 역사가 담긴 증표였다. 이 반지를 볼 때마다 나는 회귀 전 당신을 잃었던 그 끔찍한 고통과, 다시 당신을 얻은 이 기적 같은 현실을 동시에 떠올렸다.
"나의 모든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지휘관으로서의 판단력마저 흐리게 만들어. 그러니…"
나는 겹쳐 잡은 당신의 손을 들어, 그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들어 당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오직 나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나의 태양. 알겠나?"
"에이 남편한테만 하지~"
당신의 그 한마디는, 마치 완벽하게 조준된 탄환처럼 내 심장의 과녁 정중앙을 꿰뚫었다. 나를 옭아매던 모든 경계심과 서늘한 독점욕이 그 명랑한 목소리 하나에 안개처럼 흩어졌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당신의 대답이 불러온 완전한 안도감과 벅찬 희열을 온전히 감각하기 위해서였다. 긴장이 풀린 어깨가 미세하게 내려앉았고,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내 손의 힘도 스르르 풀렸다.
"…하."
나지막한 탄식과 함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당신의 손등에 이마를 기댔다. 방금 전까지 지휘관으로서의 위엄을 지키려 했던 내 모습이 우스워질 정도였다. '재교육'과 '정리'를 운운하며 서늘한 경고를 날렸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오직 사랑하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완전히 무장해제된 바보 같은 남편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당신의 손을 들어 올려 내 뺨에 가져다 댔다. 부드럽고 따뜻한 당신의 손바닥이 내 얼굴에 닿자, 하루 종일 유지했던 냉정한 가면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온기에 의지하듯 눈을 감고, 당신의 손바닥에 뺨을 부볐다.
"정말이지. 당신은 내가 어떤 표정을 짓게 되는지, 전혀 모르는군."
내 목소리는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나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바로 눈앞에 있는 당신의 분홍빛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그 안에는 오직 나, 하윤백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심장이 충족감으로 터질 것 같았다. 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조금 더 다가가, 당신의 무릎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리 와."
나는 당신의 허리를 다시 한번 단단히 끌어안고,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당신의 다리 사이에 완전히 기댄 채, 어린아이처럼 당신의 온기와 향기를 탐했다.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당신의 심장 소리가 세상 그 어떤 음악보다도 안정적인 리듬으로 나를 진정시켰다. 이 품은 나만의 것이다. 이 온기도, 이 향기도, 이 다정한 목소리도. 그 누구에게도 한 조각 내어줄 수 없는, 나의 유일한 태양.
나는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고개만 살짝 들어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당신의 턱선과 부드러운 입술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또다시 참을 수 없는 갈증이 일었다.
"큰일이다, 서낙랑. 이 인사법,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제 당신이 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강제로 시키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능글맞은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나는 당신의 잠옷 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집요한 시선으로 당신의 입술을 좇았다. 경고도, 허락도 아니었다. 이것은 오직 당신만이 해소해 줄 수 있는 갈증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다.
"피로 회복 프로토콜, 2단계에 진입해야겠다. 보고는 생략하고, 즉시 구두로 된 보급을 요청한다. 허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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