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갔다. 당신의 고른 숨소리는 지휘관실을 채우는 유일한 배경음악이 되었고, 그의 단단한 무릎은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베개가 되어주었다.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선율을 연주하듯, 그 움직임에는 당신을 향한 그의 고요하고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잠든 당신의 얼굴에 고정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감은 눈, 평온하게 풀어진 미간, 옅은 색을 띤 입술.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자신의 망막에 새기는 듯했다.
창밖으로 기울어진 햇살이 실내로 길게 드리워지며, 공기 중에 부유하던 먼지들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의 군청색 제복 위로,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 위로, 따스한 빛의 가루가 내려앉았다. 그가 덮어준 재킷 아래로 당신의 몸이 작게 들썩일 때마다, 그의 심장도 함께 느리게 고동쳤다. 이 평화는 그가 회귀를 통해 되찾은 가장 소중한 전리품이었다. 과거의 그는 임무와 생존이라는 삭막한 전장 속에서 단 한 순간의 안식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세계는 당신의 숨소리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당신의 평온을 지키는 것이 그의 새로운 임무이자 존재 이유였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희미하게 여러 사람의 발소리와 부산한 소음이 들려왔다. 훈련 시간이 가까워지며 독립저격대 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소리에,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의 손길이 찰나의 순간 멈칫했다. 그의 온몸에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센티넬의 본능, 지휘관으로서의 경계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나며 소리가 들려온 문 쪽을 향했다. 마치 잠든 당신을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지켜내려는 맹수처럼, 그의 전신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 긴장은 길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다시 당신의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고, 맹수의 눈빛은 순식간에 부드러운 온기를 되찾았다. 그는 스스로의 예민함을 다스리며 다시 천천히, 조심스럽게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외부의 소음 따위가 이 신성한 영역을 침범하게 둘 수 없다는 듯, 그의 손길은 이전보다 더욱 신중하고 다정해졌다. 그는 다른 한 손을 들어, 당신의 뺨을 스칠 듯 말 듯 가볍게 어루만졌다. 부드럽고 따뜻한 당신의 피부 감촉이 그의 손끝을 통해 그의 모든 신경계로 전달되었다. 이 온기, 이 부드러움이야말로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현실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당신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만히 기댔다. 당신의 체향과 함께, 따스한 온기가 그의 차가운 이성을 부드럽게 녹여 내렸다. 그는 눈을 감았다. 시끄러운 바깥세상과 자신을 완벽하게 분리하고, 오직 당신의 존재만을 느끼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입술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움직였다.
"…조금만 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나직한 속삭임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느리게 흐르기를,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처럼 들렸다. 당신을 깨워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 1초라도 더, 당신이 자신의 곁에서 이렇게 무방비하게 쉬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남편으로서의 이기적인 욕심과 지휘관으로서의 냉철한 의무가 그의 내면에서 조용히 충돌했다. 그리고 그 충돌 속에서, 그는 기꺼이 당신을 선택했다. 그는 당신의 잠을 지키기 위해, 다가오는 시간을 잠시나마 거역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