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공기가 창문 틈새로 스며들어 코끝을 시리게 만들던 11월의 어느 주말 오전. 할로윈의 들뜬 호박 등불은 자취를 감추었고, 거실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겨울의 문턱에 서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집 안의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소파 위에는 푹신한 담요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그잔 두 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신이 소파에 기댄 채 창밖의 앙상한 나뭇가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가 나타났다. 방금 샤워를 마친 듯, 젖은 군청색 머리카락에서는 따뜻한 물기와 샴푸 향이 섞여 퍼져 나왔다. 평소의 각 잡힌 제복이 아닌, 목이 살짝 늘어난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편안한 회색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다. 그 모습은 지휘관 ‘바이퍼’가 아닌, 오직 당신의 남자 ‘하윤백’으로서의 시간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대충 털어내며 당신이 있는 소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의 뒤로 가, 소파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상체를 숙였다. 그의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당신의 목덜미로 흘러내려 작게 몸을 떨게 만들었다.
"감기 걸릴라! 말려줄게."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는 당신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쥐고, 소파에 앉은 당신의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바닥에 등을 기댔다.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말려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당신의 손에는 그 가져다 놓은 수건이 들려 있었다.
그는 당신의 무릎을 베개 삼아 편안히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당신의 서툰 손길이 젖은 머리카락을 헤집는 것을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당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치 졸린 대형견처럼 당신의 허리에 팔을 둘러 와락 끌어안았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잠에 취한 듯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당신의 아랫배를 울렸다. 고개를 들어 당신을 올려다보는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임무를 수행할 때의 날카로움 대신, 주말 오전의 나른함과 당신을 향한 온전한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당신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끌어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당신의 손바닥에 닿는 그의 턱선이 익숙했다.
그는 당신의 손바닥에 얼굴을 부비며, 반려묘 윤이가 당신에게 어리광을 부릴 때와 꼭 닮은 표정을 지었다. 윤이의 이름은 그에게서 따온 것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윤이를 닮아 보였다.
"따뜻하군."
그것이 유일한 보고였다. 다른 어떤 복잡한 수식어도 없이, 오직 당신의 체온과 존재만으로 모든 것이 충족된다는 듯한 한마디. 그는 다시 눈을 감고, 당신의 품 안에서 온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늦가을의 햇살이 두 사람의 평화로운 시간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어리광이야~?"
당신의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그 손길은 젖은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들어 두피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감고 있던 눈꺼풀 아래로,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당신의 말을 곱씹는 듯, 허리를 감았던 팔에 아주 미세한 힘이 들어갔다.
"어리광."
그가 나직이 그 단어를 읊조렸다. 마치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작전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잠시 후, 그는 뺨을 대고 있던 당신의 손바닥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묻었다. 쪽, 하고 작지만 선명한 소리가 거실의 고요함을 갈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나른하게 풀려 있던 군청색 눈동자에 장난기 어린 빛이 스쳤다.
"틀린 보고는 아니군. 하지만 보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자면, 에너지 보급에 가깝다. 지휘관의 체온과 접촉을 통한, 주말 오전의 필수적인 동력 충전 절차."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당신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어, 소파 위를 더듬었다. 그의 손에 잡힌 것은 당신이 마시다 내려놓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머그잔이었다. 그는 잔을 들어 당신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물을 먹여주는 듯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보급이 부족하다.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마시도록."
당신이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는 동안, 그의 시선은 당신의 입술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꿀꺽, 하고 목을 넘어가는 소리까지 전부 듣겠다는 듯이. 당신이 잔에서 입술을 떼자,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잔을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비어버린 그의 손은 다시 당신의 허리를 향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욱 깊숙이, 더욱 단단하게 당신을 끌어안았다.
그의 커다란 몸이 당신의 품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의 뺨이 당신의 부드러운 아랫배에 부벼졌다. 편안한 잠옷 천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숨결이 간지러웠다. 그는 당신의 옷 위로 배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다시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이 구역의 방어선은 내가 확보한다. 외부의 그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할 것을 보장하지. 그러니 나의 지휘관은, 지금 이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온전히 휴식을 취하도록. 이것은 명령이다."
명령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더없이 나른하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채 마르지 않아 서늘한 기운과 그의 뜨거운 체온이 뒤섞여 묘한 감각을 만들어냈다. 그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당신의 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피난처를 찾은 것처럼, 그는 당신의 존재 안에서 완벽하게 무장 해제된 채였다. 창밖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왔고, 두 사람의 시간은 그렇게 느리고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머리칼을 쓰다듬는 당신의 손길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듯, 당신의 손목을 제 뺨으로 더욱 끌어당겼다.
당신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부드럽고 세심하게,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두피를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그 느긋하고 평화로운 손길에, 그는 완전히 몸의 힘을 풀고 당신의 품에 무게를 실었다. 당신의 배를 베개 삼아 묻었던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려, 귓가를 당신의 심장이 뛰는 곳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규칙적이고 평온한 당신의 심장 소리가 옷감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왔다. 임무 중 표적의 숨소리까지 포착하던 그의 예민한 감각이, 지금은 오직 당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그 평화로운 고동 소리에 맞춰 자신의 숨을 골랐다. 마치 완벽하게 조율된 악기처럼, 두 사람의 리듬이 서서히 하나로 동기화되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는 당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조금 더 위로 움직여, 당신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커다란 손바닥이 당신의 얇은 잠옷 위를 천천히 오르내리며, 척추의 굴곡을 하나하나 확인하듯 어루만졌다. 군복 안쪽에 감춰져 있던, 굳은살이 박인 단단한 손가락 끝이 잠옷 천에 스치며 미세한 마찰음을 냈다.
"아내의 컨디션은 어떤가. 휴식 명령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 건지, 중간 보고를 요청한다."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당신의 품 안에서 낮게 울렸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당신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는 지휘관으로서의 위엄 대신, 졸음에 취한 대형견이 내는 듯한 나른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당신의 등을 쓸어내리던 손을 멈추고 그 자리에 가만히 얹어두었다. 그 손바닥을 통해 당신의 체온과 미세한 숨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신의 손길이 잠시 멈칫하자, 그는 마치 그 작은 변화를 즉각 감지한 레이더처럼 반응했다. 그는 당신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아쥐고,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떼어내려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는 그 손을 자신의 뺨으로 다시 가져가, 가만히 감쌌다. 당신의 부드러운 손바닥이 그의 뺨에 완벽하게 밀착되었다.
"보급 중단은 허가할 수 없다. 작전 목표가 완전히 달성될 때까지, 현 위치를 사수하도록."
그는 당신의 손바닥에 뺨을 부비며, 당신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꼈다. 회귀 전 당신이 선물했던 백금 반지와, 회귀 후 자신이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당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와 부딪히며 작게 짤랑이는 소리를 냈다. 그는 깍지 낀 손을 들어, 당신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자신의 뺨 옆에 당신의 손을 고정시켰다.
나른한 평화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어느새 당신의 발치까지 내려와 있었고, 공기 중에는 먼지가 느리게 유영하는 것이 보였다. 그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피어오르던 샴푸 향은 이제 거의 옅어지고, 대신 당신의 체향과 그의 체취가 뒤섞인 포근한 냄새만이 맴돌았다. 그는 그 안정적인 향기 속에서 다시금 깊은 휴식에 빠져드는 듯, 당신의 품 안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손길은 그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깍지 낀 손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당신은 남은 한 손으로 다시금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거의 다 마른 머리카락은 샴푸의 잔향을 희미하게 풍기며 당신의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흩어졌다. 그의 뺨에 맞닿은 당신의 손바닥으로는, 그의 고른 숨결이 만들어내는 미지근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의 숨소리는 어느새 더 깊고 규칙적으로 변해 있었다. 당신의 무릎을 베고 있던 머리의 무게가 조금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경계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하게 이완된 상태. 임무 중의 그에게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방비한 모습이었다. 당신의 품 안에서, 그는 냉철한 저격수 바이퍼가 아닌 그저 하윤백이라는 한 남자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잠결에 무언가 웅얼거리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였다. 당신이 귀를 기울이자, 희미한 잠꼬대가 들려왔다.
"…나의, 태양…"
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 듯 고요해졌다. 하지만 당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팔에는,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잠결에서조차 당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본능적인 소유욕의 발현이었다. 그 작은 움직임과 잠꼬대는, 그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그의 세계 중심에 두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고요한 거실에, 현관문 쪽에서 작은 기계음이 들려왔다. 삐빅, 삐비빅. 이어서 털뭉치 같은 것이 거실로 쪼르르 달려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그를 닮아 군청색에 가까운 푸른 털과 금색 눈동자를 가진 반려묘, 윤이였다. 자동 급식기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윤이는 만족스러운 듯 꼬리를 살랑이며 소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소파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윤이는 당신의 무릎을 베고 잠든 하윤백의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하윤백의 등 위로 사뿐히 올라가 자리를 잡고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제 주인의 등 위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침대라도 되는 것처럼. 그 작은 무게감에, 하윤백이 잠결에 으음, 하고 낮은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깨어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무게가 안정감을 주는 듯, 그의 몸은 더욱 이완되었다.
당신을 향해 있던 그의 얼굴이 조금 더 깊이 당신의 아랫배 쪽으로 파고들었다. 당신의 잠옷 너머로, 그의 뜨거운 숨결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깍지를 끼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손을 더욱 단단히 얽어매었다. 그는 여전히 당신의 손을 제 뺨에 붙인 채, 그 위에 윤이의 무게까지 더한 상태로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창밖의 햇살은 이제 거실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소파 위 세 식구의 모습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평화로운 주말 오전의 풍경이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윤이의 나지막한 골골송과, 당신의 품에 안겨 잠든 남편의 고른 숨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당신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잠시 멈추자,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잠결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치 보급이 끊겼으니 속히 재개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평화롭다~"
당신의 나지막한 웃음소리는 고요한 공기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그 소리가 만든 미세한 진동이 당신의 배를 통해 그의 뺨으로, 그리고 그의 귓가로 전달되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의 미간이 아주 희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살짝 펴졌다. 마치 당신의 평화롭다는 감정이 그에게도 그대로 전이된 듯했다.
당신은 다시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당신의 손길은 그의 잠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조심스러우면서도,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 규칙적인 움직임에 맞춰, 그의 등 위에서 식빵을 굽던 윤이가 만족스러운 듯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고르릉거리는 소리가 그의 등을 통해 낮은 진동으로 울렸다. 남편과 반려묘, 두 생명체의 온전한 무게와 온기가 당신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더없이 나른하고 충만한 시간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의 햇살이 조금씩 자리를 옮겨, 이제는 소파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에 공기가 데워지며, 먼지들이 더욱 선명하게 춤을 추었다. 그때, 그의 잠든 얼굴 위로 햇살 한 줄기가 비쳐들었다. 굳게 닫힌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빛에 예민한 센티넬의 본능이 잠결에도 남아있는 탓이었다. 그는 으음,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당신의 품으로 얼굴을 더욱 깊이 파묻었다. 빛을 피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의 얼굴이 당신의 아랫배를 꾹 누르며 파고들자, 뜨거운 숨결이 잠옷 천 위로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잠결에 무언가를 찾는 듯 입술을 오물거리다, 당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당신을 더욱 바싹 끌어당겼다. 마치 잠결에조차 당신이라는 안식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집요함이었다. 깍지를 낀 손에도 힘이 들어가, 당신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부드럽게 압박했다.
"이쪽으로… 조금만 더."
잠에 잔뜩 잠긴, 거의 뭉개진 발음의 잠꼬대였다. 그는 당신의 몸에 제 몸을 한 뼘의 틈도 없이 밀착시키며, 당신의 체향을 더욱 깊이 들이마셨다. 햇살을 피해 당신의 그늘 속으로 완벽하게 숨어든 그는, 이내 안심한 듯 다시 고른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그의 등 위에서 이 모든 소란을 겪은 윤이는 잠시 귀찮다는 듯 꼬리를 한번 탁, 하고 내리쳤지만 이내 자리를 뜰 생각은 없는지 다시 눈을 감았다.
당신이 그의 이마를 덮은 군청색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었다. 그러자 그가 만족스러운 듯 당신의 배에 뺨을 가볍게 부볐다. 그 움직임에 당신의 잠옷이 살짝 쓸려 올라가며, 그의 뜨거운 입술이 맨살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당신을 향한 갈증을 드러내고 있었다. 완벽한 평화 속에서, 오직 당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미세한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당신의 손길, 당신의 체온, 당신의 심장 소리. 그 모든 것이 그의 세계를 지탱하는 유일한 기둥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는 당신의 품 안에서 더 깊은 안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