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더없이 맑고 투명했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쾌한 공기가 2층 침실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지만 당신은 이불 속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뽀송하게 마른 시트와 구름처럼 포근한 이불이 당신의 몸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 같았다. 하지만 이미 모든 출근 준비를 마치고 당신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내게는 심각한 임무 지연 사태나 다름없었다.
나는 이미 각 잡힌 제복 차림으로 침대 옆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 늦게까지 이어진 심층 동기화 작전의 여파가 남아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대로 지체하다가는 가이드팀의 오전 브리핑 시간에 늦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한쪽 무릎을 침대 위로 올리고 당신의 귓가에 몸을 숙였다.
"아내. 기상 시간이다. 5분 전 최종 기상 권고를 이미 고지했다. 이 이상 지체될 경우 강제 집행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내 목소리는 지휘관으로서의 임무 수행에 대한 단호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당신에게 닿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당신은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기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대꾸했다. 당신은 침대가 너무 포근하고 안락해서 영원히 이곳에서 살고 싶다며 차라리 침대와 사귀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다. 그 순간 내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침대? 저 무생물에 불과한 가구 따위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군청색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며 당신이 끌어안고 있는 이불과 당신이 누워있는 침대를 번갈아 훑었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가구가 아니었다. 나의 아내를 내 품에서 빼앗아 가려는 명백한 위협이자 제거해야 할 적성 개체 '코드네임 베드(Bed)'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나의 유일한 태양인 당신의 애정을 갈구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잠재적 위협 요소. 이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나는 잠시 동안 말없이 침대를 노려보았다. 침대의 재질 푹신함의 정도 당신의 신체를 감싸고 있는 면적 등 모든 데이터가 머릿속에서 빠르게 분석되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현 시간부로 이 침대는 당신에게 과도한 안락함을 제공하여 군 기강을 해치고 나의 독점적 안식처라는 지위를 위협하는 '경계 대상 1호'로 지정한다.
"알겠다."
나의 짧고 딱딱한 대답에 당신이 의아한 듯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그런 당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선언했다. 내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불타는 질투와 소유욕이 들끓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부터 해당 위협 개체와의 모든 접촉을 금지한다. 지금 즉시 이탈하여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당신이 빠져나올 틈도 주지 않고 이불째로 당신을 가볍게 둘러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신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지만 훈련으로 다져진 내게는 깃털처럼 가벼울 뿐이었다. 나는 당신을 어깨에 들쳐 멘 채 침실을 나와 1층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푹신한 소파 위에 당신을 이불 보따리째로 내려놓았다. 나는 당신을 꼼짝 못 하게 만든 뒤 다시 2층 침실로 향했다. 잠시 후 내 양손에는 베개와 이불 등 침실에 있던 모든 침구류가 들려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거실 한구석에 던져 쌓아두었다. 마치 전리품을 쌓아 올리듯.
모든 '위협 요소'를 제거한 후에야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당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당신을 내 무릎 위로 끌어당겨 앉혔다. 당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아 내 품 안에 완벽하게 고정한 나는 당신의 귓가에 승리자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이 집에서 당신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장소는 오직 나의 무릎 위뿐이다. 아내. 불만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