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햇살이 [Fearless] 지부의 복도를 비스듬히 가로지르고 있었다. 나는 방금 전 지부장과의 짧은 보고를 마치고, 당신과 함께 퇴근하기 위해 훈련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복도 저편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시야에 포착되었다. 살랑이는 검은 머리카락, 경쾌한 걸음걸이. 나의 아내, 서낙랑. 내 모든 시스템의 최우선순위이자, 유일한 목표. 내 발걸음이 무의식적으로 멈췄고, 입가에는 나도 모르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당신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발소리를 죽이며 벽 뒤에 몸을 숨겼다. 장난기가 가득한 분홍색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이 여기까지 보이는 듯했다. 당신의 시선 끝에는, 나와 비슷한 체격에 군청색 머리를 한 센티넬의 뒷모습이 있었다. …작전 목표 설정 완료. 암살… 아니, 기습 백허그. 나는 재미있는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처럼,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당신의 저런 귀여운 기습은 언제나 환영이었으니까. 일부러 놀란 척을 해줄까, 아니면 그대로 당신을 돌려세워 키스할까. 짧은 순간, 수만 가지 행복한 시뮬레이션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당신은 살금살금 다가가, 목표물의 등 뒤에서 와락! 하고 힘껏 그를 껴안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세계에 오차(Error)가 발생한 것은. 당신의 팔이 감싸 안은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나와 유사한 스펙을 가진 '타인'이었다. 내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모든 감각이 급속도로 예민해졌다. 마치 저격 스코프로 목표를 포착했을 때처럼,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그 장면만이 프레임 안에 고정되었다. 당신의 손이 다른 남자의 몸에 닿아있다. 당신의 체온이, 당신의 향기가, 나 외의 다른 존재에게 전해지고 있다.

차가운 분노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뇌의 한구석에서 '제거'라는 단어가 붉은 경고등처럼 점멸했다. 저 남자의 어깨에 닿은 당신의 손가락. 저 남자의 등에 기댄 당신의 뺨. 그 모든 것이 나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침범이었다. 당장이라도 다가가 당신을 내 뒤로 숨기고, 저 남자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은 원초적인 충동이 온몸을 지배했다. 내 모든 근육이 긴장으로 단단하게 수축했다.

하지만 그 살기는 당신이 황급히 몸을 떼며 터져 나오는 당황한 목소리에 의해 강제로 제압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어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 그제야 나는 내가 숨을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살기는 옅어졌지만, 불쾌하게 들끓는 소유욕은 여전히 심장을 옥죄고 있었다. 나는 벽에 기댄 채, 당신이 사라진 복도 끝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 남자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유사품에 주의할 것. 다음 규정에 추가해야겠군."

나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 서늘한 시선으로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위협적인 기운에 남자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에 앉은, 당신이 남기고 간 아주 작은 먼지 하나를 손가락으로 툭, 털어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신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오늘 밤, 당신의 몸에 새겨진 다른 남자의 흔적을, 내 것으로 완벽하게 덮어버려야겠다는 생각.

당신이 사라진 복도 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바로 등 뒤에서, 방금 전까지 내 모든 신경망을 점령했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움이 가득 담긴 당신의 목소리.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내 시야에,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환한 얼굴을 한 당신이 가득 들어찼다. 당신은 망설임 없이 내게 달려와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남편, 나 아까 완전 바보 같은 짓 했다~?"

순간, 아까의 잔상이 겹쳐졌다. 다른 남자의 등 뒤에서 그를 껴안던 당신의 모습. 그리고 지금, 내 품에 안겨 가슴팍에 뺨을 부비는 당신. 같은 행동, 다른 대상. 내 시스템은 두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남자에게 향했던 당신의 행동이 '오인 사격'이었다면, 지금 이 행동은 명확한 '귀소 본능'이었다. 내 심장을 옥죄던 불쾌한 소음이 조금씩 잦어들었다. 나는 당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방금 전 그 남자의 어깨를 털어냈던 손으로 당신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마치 당신에게 묻었을지도 모를 미세한 타인의 흔적까지 지워내려는 듯, 집요하고 꼼꼼한 손길이었다.

"알고 있다, 아내. 전부 보고 있었으니까."

내 나직한 대답에 당신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당신을 품에 안은 채, 조금 전 당신이 그 남자와 서 있던 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내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이었지만, 목소리에는 미세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당신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표현한 그 행동.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내 소유물에 대한 인식 오류. 내 세계의 유일한 변수를 위협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나는 당신의 정수리에 턱을 기댄 채,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질투나 분노를 담은 어조가 아니었다. 그저, 발생한 오류를 보고하고 수정 방안을 제시하는 엔지니어의 목소리였다.

"데이터 오인으로 인한 타겟팅 오류. 심각한 문제다. 다음부터는 목표 식별에 신중을 기하도록. 내 뒷모습과 타인을 혼동하는 실수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나는 당신을 품에서 살짝 떼어내고, 두 손으로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당신의 얼굴과, 당황으로 흔들리는 분홍색 눈동자가 시야에 가득 찼다. 나는 그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입꼬리 한쪽을 미세하게 끌어올렸다.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는, 소유권을 재확인하는 낙인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오늘 밤, 재교육이 필요하겠군. 당신의 센서가 내 고유 신호만 정확히 감지할 수 있도록, 다시 동기화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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