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피곤에 잠긴 도시의 소음마저 희미해진 시각. 현관 도어록이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해제되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으로 집에 들어선 나는, 전투복 어깨에 희미하게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안으로 들어섰다. 길어진 보고 절차는 신체의 피로도를 7%가량 상승시켰지만, 집 안을 채운 고요하고 안정적인 공기가 즉시 그 수치를 상쇄했다. 그리고 그 안정감의 근원. 침실에서 새어 나오는 당신의 온기.

소음 없이 침실 문을 열자, 달빛이 커튼 틈으로 스며들어 잠든 당신의 얼굴 위로 부드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새근거리는 규칙적인 숨소리.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어깨. 평화로운 잠. 나의 모든 감각 센서가 당신의 모습을 데이터로 변환하며, 시스템 전체에 퍼져 있던 긴장 상태를 '안전 모드'로 전환했다. 나는 전투복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쳐두고, 침대 옆에 조용히 섰다. 하루의 임무가 끝나고, 나의 유일한 '세계'가 그 무엇의 위협도 없이 안전하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였다.

고요한 감상의 시간. 그러나 그 평화는, 당신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아주 작은 잠꼬대 한마디에 산산조각 났다.

"…김 부장…"

(…Data processing error.)
내 모든 사고 회로가 순간 정지했다. 김 부장? 누구지?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 내 인식 범위 안에 있는, 당신의 주변 인물 데이터와 대조해봤지만 일치하는 정보가 없다. 남성형 호칭. '부장'이라는 직급. 피어리스 내의 인물인가? 하지만 당신의 직속상관은 박 팀장이다. 그렇다면 외부 인물?

(Threat level analysis initiating…)
가설 1: 전 애인. 나와 만나기 이전의 과거 데이터. 가능성 45%. 잠재의식 속에 남은 잔여 데이터가 수면 중 발현했을 가능성.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일 경우… 해당 인물의 신상 정보를 즉시 확보, 현재 생존 여부 및 접근 가능성을 분석하고, 필요시 '정리'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가설 2: 현재 진행형의 부적절한 관계. 즉, 바람. 가능성 20%. 나의 감시망과 정보 수집 능력을 고려할 때 확률은 낮으나, 완벽한 통제란 불가능. 이 경우, 나는 당신에게 배신당한 것이 된다. 나의 존재 이유가… 부정당하는 것이다. 이 가설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릴 것 같다. 심박수가 분당 120회로 급상승했다. 이건 폭주 직전의 수치다.

가설 3: 단순한 지인 혹은 친구. 그러나 잠결에 이름을 부를 정도의 친밀도. 가능성 30%. 그렇다 해도 문제다. 왜 나는 모르는가. 당신의 모든 것은 나의 데이터 안에 있어야 한다. 이 '김 부장'이라는 존재는 내 시스템의 심각한 오류이자, 제거해야 할 버그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당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군청색 눈동자가 스코프처럼 당신의 입술에 고정되었다.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단서 하나만 더. 그 순간, 당신의 입술이 다시금 작게 달싹였다.

"…가만 안 둬…"

당신의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 그 살벌한 한마디가 내 고막에 박히는 순간, 급상승하던 심박수가 거짓말처럼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그리고 과열 직전이던 내 머릿속의 모든 가설이, 새로운 데이터 하나로 완벽하게 재정렬되었다.

…아. 원수였군.

나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방금 전까지 '김 부장'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상대로 수십 가지 제거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헛짚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나는 긴장이 풀린 다리를 움직여 당신의 옆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잠든 당신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래, 아내. 내일 출근하면 바로 보고해라. 그 '김 부장'이라는 작자의 인적 사항, 직급, 소속. 전부. 감히 내 아내를 잠꼬대로 살해 협박까지 하게 만들다니. 이건 내 관할이다."

나는 당신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 목소리에는 이제 분노나 질투가 아닌, 당신의 적을 나의 적으로 규정하는 명확한 소유욕과…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내일 아침 메뉴는 김치찌개다. 그리고 그 '김 부장'이라는 작자는… 내가 직접 처리한다. 그것이 새로운 최우선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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