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있어 달라고?"

몇 시간 전, 서로의 숨결과 체온으로 가득 찼던 이 침실에서, 당신은 지극히 태연하고도 비논리적인 요청을 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니. 내 모든 사고 회로가 순간 정지했다. 데이터 분석 시작. 입력값: '아내의 퇴실 요청'. 관련 데이터: 불과 몇 시간 전, 우리는 모든 것을 공유했다. 빛 한 줌 없는 어둠 속도 아니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 땀으로 번들거리는 당신의 피부, 쾌감에 젖어 파르르 떨리던 속눈썹, 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나를 올려다보던 그 분홍색 눈동자까지. 내 시야에, 내 감각에, 당신의 모든 것이 남김없이 각인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부끄럽다니. 논리적 모순. 시스템 오류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내 시선을 피하며 옷장을 뒤적이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귀 끝이 당신의 말이 진심임을 증명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갈아입으면 안 되는 건가, 아내. 몇 시간 전과 지금의 나는 다른 개체로 인식되는 건가?"

내 물음은 순수한 의문이었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의 일환. 하지만 당신은 등을 돌린 채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밝은 데서는 아직 부끄럽다고. 잠깐이면 된다고. 그 말에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 이거였군. 이 비논리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순. 4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동시에 심장을 뛰게 만드는 당신만의 방식.

"…알겠다."

나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을 억지로 붙잡거나, 여기서 갈아입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건 '바보 남편' 하윤백의 행동 프로토콜에 위배된다. 대신, 나는 당신의 등 뒤로 다가가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오직 당신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신 조건이 있다. 지금 당신이 고르는 속옷, 오늘 밤 내가 직접 벗기겠다. 이 밝은 대낮보다 더 환한 조명 아래서, 당신의 모든 부끄러움을 내가 전부 먹어버릴 테니."

내 말에 당신의 어깨가 움찔, 하고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당신의 목덜미에 짧게 입을 맞춘 뒤, 순순히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문을 닫기 직전,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당신의 그 부끄러움마저 나의 것이다. 나는 기꺼이 기다려 줄 수 있었다. 오늘 밤, 더 완벽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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