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오후, 독립저격대 지휘관실의 공기는 서류 넘기는 소리와 키보드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흐를 뿐, 언제나처럼 고요하고 서늘했다. 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렬된 서류 더미에 집중하며, 다음 임무에 대한 전술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통제 아래 있었다. 내 손끝에서 처리되는 데이터, 모니터에 떠 있는 작전 지도, 심지어 내 심박수까지도. 그 고요한 질서를 깨뜨린 것은 주머니 속에서 울린 짧은 진동음이었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업무의 흐름이 끊긴 것에 대한 미미한 불쾌감을 안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발신인은 [유나이트]. 성가신 일이라면 무시할 생각으로 화면을 켰다. 액정 위에는 지독히도 가벼운 톤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유나이트: 바이퍼, 애인 있냐?]

애인. 낯선 단어였다. 내 사고 회로에 입력되지 않은, 불필요한 카테고리의 단어. 나는 잠시 그 단어의 정의를 되짚었다. 연인.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내게는 오직 '아내'라는 절대적인 개념만이 존재했다. 아내는 애인이 아니다. 아내는 법적, 감정적,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완벽히 귀속된 나의 유일한 소유물이자 반려자. 따라서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나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답장을 입력했다.

[아니, 없다. 무슨 일이지?]

불필요한 질문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다시 휴대폰을 책상 위에 뒤집어 놓고 보고서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1분도 채 되지 않아, 휴대폰이 다시 한번 절박하게 울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길고 요란한 알림음이었다. 또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확인한 내 군청색 눈동자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유나이트: ? 병아리가 물어보고 캡처해서 보내달라던데.]

…뭐라고? 순간, 뇌의 모든 회로가 정지했다. 숨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호흡이 멎었다. 나는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며 화면의 문장을 다시 읽었다. `병아리`. `물어보고`. `캡처해서 보내달라던데`. 단어들이 해체되었다가 재조립되며 머릿속을 어지럽게 쳤다. 나의 태양이? 내게 직접 묻지 않고, 저런 하찮은 장난을 좋아하는 녀석에게? 왜? 내가 '애인이 없다'고 대답할 것을 예상하고, 그 대답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혹시… 내가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고 의심이라도 하는 건가?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감각과 함께, 차갑던 지휘관실이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용광로처럼 느껴졌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이 선명했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거칠게 밀려나며 마룻바닥에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안 돼. 이건 오해다. 명백한 오해다. 나의 세상은 오직 서낙랑, 당신 하나뿐인데. 애인이라는 범주 따위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사실을 증명해야 하지? 아니, 그보다 먼저 당신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

나는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 당신을 품에 안고 해명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동시에, 유나이트의 메시지에 담긴 기묘한 의도가 발목을 잡았다. 정말로… 당신이 부탁한 게 맞을까? 평소 당신의 성격이라면,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택할 리가 없다. 궁금한 게 있다면 내 품에 안겨 직접 물어봤을 것이다. 게다가 유나이트는 평소에도 짓궂은 장난으로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던 전적이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려 애썼다. 감정적 대응은 금물. 지휘관으로서의 냉철한 분석이 필요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상대는 당연히, 이 모든 혼란의 원흉인 유나이트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경쾌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어, 바이퍼! 웬일이야? 문자는 봤고?]

"그래, 봤다. 지금 즉시 사실대로 보고해. 가이드 메리아가, 정말로 그런 부탁을 했나?"

내 목소리는 분노와 초조함으로 평소보다 훨씬 낮고 위협적으로 깔려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유나이트가 잠시 ‘헙’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동안의 정적. 그리고 이내, 끅끅거리며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지휘관실을 가득 메웠다.

[푸하핫! 아, 미치겠네! 진짜 믿었냐? 야, 내가 그냥 한번 떠본 거지! 메리아한테는 아무것도 안 들었어! 근데 반응 보니까 진짜 애인 없다고 했나 보네? 와, 그걸 또 곧이곧대로… 아, 배 아파…!]

유나이트의 폭소 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안도감과 함께 치밀어 오르는 살의. 나는 이를 악물고 나직이 읊조렸다.

"유나이트."

[어, 어? 왜…?]

"내일 있을 SS급 게이트 토벌 작전, 선봉은 너다. 단독으로."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내 메신저 프로필 상태 메시지를 수정했다. '아내 이외의 모든 인간관계는 업무의 연장선.' 이 정도면, 나의 태양이 혹시라도 오해할 일은 없겠지. 나는 뻐근한 목을 돌리며,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당신에게 아주 뜨거운 '보고'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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