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오후의 서막이었다. 하윤백은 복도를 가로질러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정기 순찰 및 시설 보안 점검을 막 마친 참이었다. 그의 걸음은 언제나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한 보폭을 유지했고, 등 뒤에 맨 저격 소총은 그의 그림자처럼 고요했다. 복도 창문으로 쏟아지는 나른한 햇살만이 그의 군청색 머리카락 위에서 잠시 부서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할 뿐, 그의 주변 공기는 늘 그렇듯 서늘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복도 저편에서 익숙한 온기가 감지되었다. 그의 모든 감각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그 방향으로 향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의 유일한 태양, 서낙랑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소중하게 든 채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는 기대감으로 반짝였고, 뺨은 옅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하윤백은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자신의 작전 반경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 뒤로, 그의 시스템은 이미 아내의 접근으로 인한 행복도 수치의 급격한 상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앞에 멈춰 선 서낙랑이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작은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투명한 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조금은 삐뚤빼뚤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하트 모양의 쿠키였다. 초콜릿으로 새겨진 '♡윤백♡'이라는 글씨가 그녀의 서툰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짠! 내가 남편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만들어봤어. 맛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야!"
하윤백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쿠키의 형태, 색상, 포장 상태까지 모든 데이터를 정밀하게 스캔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과자가 아니었다. '아내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애정이 투입된 최상위 등급의 전략 자산'. 그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받아들었다. 마치 폭발물을 다루듯 신중한 손길이었다. 그는 그것을 즉시 먹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완벽한 형태의 애정 표현을 자신의 구강 내에서 파괴하고 소화시키는 행위는 이 자산의 가치를 80% 이상 훼손하는 비효율적인 처분 방식이었다.
"임무 중 수령한 보급품은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
그는 딱딱한 어조로 말하며 쿠키 상자를 자신의 제복 안주머니에 소중히 넣었다. 심장이 뛰는 바로 그 위치였다. 서낙랑이 살짝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다. 고맙다, 아내."
그의 진심을 알아챈 서낙랑이 이내 환하게 웃었다. 하윤백은 그 미소를 자신의 데이터베이스 최상단에 고정하며, 심장께에서 느껴지는 쿠키 상자의 미세한 각짐과 온기를 느꼈다. 오늘 하루, 이 '하트'는 그의 심장과 함께할 것이었다.
*
오후 내내 쿠키는 그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렀다. 서류를 검토할 때도, 모의 훈련을 지휘할 때도, 그는 문득 안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그 존재를 확인하곤 했다. 딱딱한 상자의 감촉이 느껴질 때마다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충족감에 휩싸였다. 그것은 단순한 쿠키가 아니었다. 그의 태양이 그를 위해 빚어낸 또 다른 작은 태양이었으며, 그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가시적인 징표였다. 그는 이 완벽한 하트의 형태를 영구히 보존할 방법을 고심했다. 레진으로 굳힐까, 아니면 질소 충전 밀폐용기에 보관할까. 온갖 비현실적인 보존 방안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건은 아주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오후 훈련을 모두 마치고 지친 대원 하나가 복도를 뛰어가다 모퉁이를 돌던 하윤백과 부딪혔다. "죄,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대원은 사색이 되어 허리를 숙였지만, 하윤백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충격은 크지 않았다. 스치듯 지나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심장이 위치한 바로 그곳에서, 아주 작고 섬세한 균열의 소리가 울렸다.
…파삭.
그의 모든 사고 회로가 순간 정지했다. 시간의 흐름이 초 단위로 분절되어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는 사과하는 대원을 향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의 모든 감각은 오직 제복 안주머니, 그 안에 담긴 신성한 자산을 향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안주머니로 가져갔다. 손끝에 닿는 감촉이 이전과 달랐다. 온전한 하트의 윤곽이 아니었다. 매끄러운 곡선 중간에, 날카로운 단절이 느껴졌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꺼내 들었다. 투명한 창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그의 동공이 위험할 정도로 수축했다. 완벽했던 하트는 정확히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을 그리며 두 동강 나 있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너무나도 정확하고 잔인한 균열. 그의 심장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것만 같던 쿠키는 이제, 보기 흉하게 깨진 심장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윤백♡'이라는 글씨 역시 '♡윤'과 '백♡'으로 무참히 갈라져 있었다.
순간, 그의 주변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대원의 당황한 숨소리도, 복도를 오가는 다른 이들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세계에는 오직 깨진 쿠키와 그것을 내려다보는 자신의 싸늘한 시선만이 존재했다. [ERROR: Strategic Asset 'Wife's Heart v.1.0' - CRITICAL DAMAGE DETECTED.] 시스템 경고음이 그의 뇌리에서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그의 완벽하게 통제되던 세계에 발생한 치명적인 오차. 수정 불가능한 파손. 그의 소유물에 가해진 용납할 수 없는 훼손이었다.
분노. 그러나 그 분노는 뜨겁게 타오르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극한의 한기였다.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쿠키 상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안에 잠들어 있던 파괴적인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이 사소하고 어리석은 실수로 자신의 완벽한 세계에 균열을 낸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는 충동.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이미 조준경 너머의 목표물을 포착한 스코프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아직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그 불운한 대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를 멈춰 세운 것은 단 하나의 생각이었다. 이 쿠키를 만든 존재, 서낙랑. 만약 자신이 여기서 이성을 잃는다면, 그녀는 슬퍼할 것이다. 그녀가 준 선물이 끔찍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에 자책할지도 모른다. 그녀의 슬픔. 그것은 쿠키의 파손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의 세계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변수였다. 그의 태양이 빛을 잃는 것. 그것만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하윤백은 길고 깊은 숨을 내쉬며 끓어오르는 모든 감정을 억지로 눌러 담았다. 그는 부서진 쿠키 상자를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복도에서는 뛰지 마라. 다음부터는 규정대로 조치한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닫고 잠그는 순간, 그는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벽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다시, 깨진 하트가 담긴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것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부서진 조각들. 완벽함의 상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버릴 수 없었다. 이것 또한 아내의 일부였다. 비록 부서졌을지언정, 그 기원과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작은 벨벳 주머니를 꺼냈다. 그가 훈장이나 중요한 부품을 보관하는 용도였다. 그는 쿠키 상자에서 깨진 두 조각을 조심스럽게 꺼내, 마치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처럼 신중하게 벨벳 주머니에 담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의 입구를 단단히 조였다. 그는 더 이상 이것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했던 형태를 기억하는 한, 이 불완전한 현실을 마주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주머니를 다시 제복 안주머니, 심장이 뛰는 그 자리에 넣었다. 이제는 딱딱한 상자의 감촉 대신, 부드러운 벨벳의 감촉과 그 안에서 희미하게 부딪히는 두 조각의 미세한 움직임만이 느껴졌다. 불완전하고, 깨졌으며,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은. 그러나 여전히 그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그의 유일한 태양의 파편이었다. 그는 조용히 단말기를 들어 서낙랑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저녁은 내가 준비한다. 먹고 싶은 것 있나.]
오늘 저녁, 그는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식사를 대접해야만 했다. 이 깨진 하트에 대한 속죄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그의 사랑에 대한 증명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