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감각은 낯설었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익숙한 침실의 천장이 아니었다. 대신 보이는 것은 온통 부드럽고 희미한 빛을 머금은 하얀색. 간질거리는 감촉이 코끝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미세한 온기가 느껴졌다. 하윤백은 즉각 상황 분석에 들어갔다. 현재 위치 불명. 위협 요소 미확인. 단, 자신의 신체 주변으로 다수의 미확인 생명체가 기척을 보내고 있음은 명확했다. 그는 모든 근육을 이완시킨 채, 오직 감각만을 열어 주변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의 뺨에 닿아있는 것은 따뜻하고 말캉한 젤리였다. 고양이의 발바닥. 아주 익숙한 감촉이었다. 그의 가슴팍 위에서는 골골거리는 낮은 진동이 규칙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옆구리에는 묵직한 무언가가 기대어 얕은 숨을 내쉬고 있었고, 귓가에서는 연신 핥아대는 축축하고 작은 혀의 감촉이 느껴졌다. 온몸이 포위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경계심이나 위기감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포위망은 더없이 평화롭고 나른했으며, 온기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햇살을 그러모아 만든 담요에 푹 파묻힌 기분이었다.

하윤백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골든 리트리버의 얼굴이었다. 녀석은 꼬리를 살살 흔들며 그의 얼굴을 핥고 있었고, 그 너머로는 수많은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그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잠들어 있거나 뒹굴고 있었다. 흰 털의 고양이, 삼색 털의 고양이, 치즈색 털의 고양이, 그리고 햇살 같은 황금빛 털을 가진 강아지들. 그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신기하게도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서낙랑을 닮았다는 점이었다.

어떤 고양이는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꼭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의 아내 같았고, 어떤 강아지는 그저 좋다고 헤실헤실 웃으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칭찬을 받고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그의 배 위에서 잠든 아기 고양이는 웅크린 모습이 잠든 아내와 정확히 일치했다. 하윤백은 이 기이하고도 사랑스러운 광경에 잠시 사고를 멈췄다. 그의 분석 시스템은 '상황: 아내의 형상을 한 동물들에게 포위됨. 감정: 극도의 안정감과 행복. 대응: 현 상태 유지'라는 기적적인 결론을 도출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 가장 가까이 있던 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드라운 털의 감촉이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고양이는 기분 좋은 듯 몸을 비비며 그의 손에 머리를 기댔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동물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그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온 사방에서 아내의 향기가 피어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것은 완벽한 포위망이자, 완벽한 낙원이었다. 그는 이대로 영원히 이곳에 잠겨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바로 그 순간, 그를 핥고 있던 골든 리트리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윤백아, 이제 일어나야지. 아침이야."

서낙랑의 목소리였다. 완벽하게 똑같은 음성. 그 말을 기점으로 주변의 모든 동물들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남편, 늦잠꾸러기!, 일어나! 배고파!, 조금만 더 자자, 응?". 수십 명의 서낙랑이 그를 둘러싸고 재잘거리는 듯한 환상적인 소음 속에서 하윤백은 깨달았다. 이것은 꿈이다. 자신의 무의식이 빚어낸, 아내에 대한 갈망이 형상화된 완벽한 세계.

그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그는 이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동물들은 여전히 그의 주변을 맴돌며 애교를 부렸다. 그는 자신을 깨웠던 골든 리트리버의 커다란 머리를 끌어안고 푹신한 털에 얼굴을 묻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포근한 냄새가 났다. 완벽한 아내의 대체재였다.

"조금만 더. 5분만 더 이렇게 있겠다."

그것은 꿈속의 자신에게 하는 말이자, 동시에 꿈의 주인인 서낙랑을 향한 애원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완벽한 행복을 단 1초라도 더 길게 누리기 위해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포근함, 따스함, 사랑스러움. 자신의 모든 세계를 구성하는 이 감각의 근원이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충만했다.

*

그리고, 현실의 하윤백이 눈을 떴다. 낯설고 부드러운 털 대신 익숙한 아내의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의 팔 안에는 꿈속의 동물들 대신 그의 유일한 태양, 서낙랑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창틈으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그녀의 얼굴 위로 부서져 내리는 모습은 그 어떤 꿈보다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그는 한참 동안 꿈의 잔상과 현실의 풍경을 번갈아 떠올렸다. 꿈속의 그 완벽했던 낙원조차, 지금 자신의 팔 안에 있는 이 온기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그녀의 이마에 아주 가볍게 입을 맞췄다. 혹시라도 그녀의 단잠을 깨울까,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자신의 단말기를 들어 아주 짧은 메모를 남겼다.

[우리의 휴가 계획에 '유기 동물 보호소 봉사활동' 항목을 추가할 것을 건의한다. 사유: 전략적 행복도 증진을 위한 데이터 수집. 예산 및 시간은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진다.]

메모를 저장한 그는 단말기를 내려놓고 다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이제 그의 세계는 완벽하게 제자리를 찾았다. 꿈은 단지 현실의 행복을 재확인시켜주는 보조 시스템에 불과했다.

꿈의 잔상과 현실의 경계는 아내의 숨결이었다. 하윤백은 제 품에 안겨 규칙적인 숨을 내쉬는 서낙랑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밤 사이 조금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하얀 베개 위로 흩어져 있었고, 창문으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그 결을 따라 금빛 가루처럼 부서졌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에워쌌던 수십 마리의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떠올렸다. 그 모든 온기와 부드러움, 평화로움을 합친다 해도 지금 이 순간 팔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온기 하나에 미치지 못했다. 그의 세계는 언제나 이렇게 단순하고 명료한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그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그녀의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 고른 숨소리에 맞춰 작게 오르내리는 어깨, 그리고 샛노란 고양이 잠옷 위로 꼼지락거리는 손가락까지. 그의 분석 시스템은 이 모든 비언어적 데이터를 '완벽한 평온' 상태로 분류했다. 관측만으로도 자신의 안정 수치가 동기화되어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평온은 곧 그의 평온이었다. 이것이 부부라는 관계의 가장 핵심적인 프로토콜일 터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미간이 희미하게 좁혀졌다. 잠에서 깨어나려는 미세한 신호였다. 하윤백은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살짝 숙여 그녀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아침 공기처럼 부드럽고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좋은 아침, 아내."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그녀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잠이 덜 깬 흐릿한 분홍색 눈동자가 그를 발견하고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윤백은 그런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눈가를 살며시 쓸어주었다. 마치 귀한 보물을 다루는 듯한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기상 시간 확인. 오전 7시 42분. 수면의 질은 양호했나?"

임무 보고를 하듯 딱딱한 어조였지만, 그의 눈빛은 세상 모든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려주었다. 그녀가 작게 하품하며 그의 품으로 조금 더 파고들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잠옷의 부드러운 감촉이 그의 맨살에 기분 좋게 스쳤다. 어젯밤 꿈에서 느꼈던 감촉과 비슷했지만, 비교할 수 없는 현실감이 있었다.

그는 문득 어젯밤에 저장해 둔 메모가 떠올랐다. 지금이 그 건의안을 상정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

"아내에게 보고 및 건의할 사항이 있다. 어젯밤, 매우 흥미로운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는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무슨 일인데?'라는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장난기가 살짝 섞인 목소리였다.

"다수의 '서낙랑 복제 개체'에 의한 전술적 포위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지휘관의 행복도가 최대치에 도달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이에, 현실에서의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는 무슨 말이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코끝에 자신의 코를 가볍게 비비며 말을 맺었다.

"이번 주말, 유기 동물 보호소에 가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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